[다시 수출이다 ③] 무역지도 다시 그리는 TPP… 눈치만 보다 뒤처진 한국

입력 2016-02-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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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FTA’ TPP 참여 안하면 2030년까지 수출 1% GDP 0.3%… 환율전쟁·비관세 장벽 해법도 찾아야

지금 세계는 무역전쟁 중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수출 시장이 부진을 겪자 국가간 수출 경쟁은 보다 치열해지게 됐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이러한 흐름을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미국ㆍ중국ㆍ일본 등 주요 수출경쟁국들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는 물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ㆍ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대형 다자간 FTA로 합종연횡하면서 자칫 광역경제통합이라는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마저 생겼다.

때로는 경기부양을 위한 선진국의 전방위적 환율전쟁, 무역기술장벽(TBT)ㆍ위생검역(SPS)ㆍ무역구제 등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한 비관세 조치도 한국 수출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출국간 경합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세계 수출시장은 금액 기준으로 11.2%나 마이너스 성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작년 물량기준으로 글로벌 수출 시장이 2.6% 증가했다고 추정했지만 저유가 영향으로 수출단가가 급락해 구매력이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수출 물량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세계 수출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우리나라는 주요국과 더욱 치열한 수출 격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한국과 주요 수출국간 수출경합도 및 점유율 분석’ 보고서를 보면 세계 주요 수출국인 중국ㆍ일본ㆍ미국ㆍ독일 등 4개국과 한국의 수출 경합도는 지난해 58.8포인트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증가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출경합도지수는 양국 수출품목구조의 유사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수치가 클수록 수출경쟁의 심화를 의미한다.

특히 일본과의 수출경합도는 58.8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미국과도 48.8포인트로 높은 편이었다. 일본과 미국은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이기도 하지만, 세계 수출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여야 하는 경쟁상대이기도 한 셈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지 못한 지각생 신세다. 2013년 7월 일본이 TPP 협상에 공식 참여했는데도 우리나라는 11월에 가서야 협상 참여 관심을 표명했고 결국 가입 시점을 저울질 하다 가입 골든 타임을 놓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TPP 개방 수준은 한ㆍ미 FTA와 유사하다”면서 “앞으로 미국 등 주요국과 기술협의 등을 통해 불명확한 부분을 추가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또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뒤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입 여부를 연내 확정할 방침이다.

◇TPP 지각생 한국, 2030년 수출 1% 감소 우려= 지난 4일 TPP가 공식 서명됐지만 당장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TPP 가입이 늦어질 수록 그만큼 감수해야 할 손해는 적지 않아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TPP가 발효될 경우 비회원국인 한국은 태국 다음으로 TPP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2030년이 되면 우리나라는 한·미 FTA로 누리던 비교 우위 효과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리게 되고 일본과의 경쟁에서 밀려 수출이 1.0%가량 줄어들고 GDP도 0.3%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수출 1.6%, GDP가 0.8% 감소하는 태국에 이어 가장 큰 손해 규모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가치사슬(GVC) 활성화, 비관세장벽 완화, 신규 가입국 증가 등으로 TPP 역내 무역 등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협정문에 국영기업 규제, 불법 어업 보조금 금지 등 한·미 FTA에는 없는 민감한 조항 등이 포함됐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TPP와 가입은 시기가 문제일 수 있으나 결국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면서 “관세 철폐에 의한 수출 증가도 기대할만 하지만, 그보다는 비관세 장벽 해제와 규제개혁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전쟁ㆍ비관세 장벽도 수출기업 발목 잡아 = 글로벌 무역전쟁 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의 전방위적인 환율 경쟁도 한국 수출을 부진의 늪으로 빠지게 된 주요 원인이다. 전 세계 경기가 둔화하면서 각국이 자국 수출 개선을 위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절하하는 통화전쟁에 나서는 사이 원화 실질가치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1월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지수는 108.22로 2014년 말의 109.23에 비해 1% 하락하는데 머물렀다.

실질실효환율은 물가변동까지 반영된 교역상대국에 대한 각국 돈의 상대가치로 각국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어떤지 파악하는 지표다. 때문에 원ㆍ달러 환율이 올라가더라도 실질실효환율은 그대로란 것은 다른 통화들이 우리보다 더 약세로 가거나 우리와 비슷한 약세를 기록해 수출시 가격경쟁력이 그대로라는 뜻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의 수출부진은 세계경기둔화로 인한 것이어서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원달러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관세를 제외한 TBT, 위생·검역 분야에 대한 검사나 허가 등‘비관세 장벽’도 수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무역 장애물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비관세장벽은 2013년 11개국 101건에서 2014년 12개국 113건, 지난해 12개국 141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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