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렵게 합의한 선거구 획정안의 국회 제출이 결국 무산됐다. 테러방지법 세부 조항과 관련해 접점을 찾기 위한 여야 원내대표 협상이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시한 선거구 획정안 제출 시한(25일)을 지키지 못했다.
정 의장은 앞서 지난 23일 여야 합의를 토대로 국회의원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고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하는 획정 기준을 획정위에 제시하고, 이에 따른 구역표를 25일 정오까지 국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획정위는 전날까지 사흘째 전체회의를 열어 논의를 이어왔지만 끝내 제출기한을 지키지 못하고 하루를 넘기게 됐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국회 운영이 차질을 빚는 '필리버스터 정국'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기존 합의대로 본회의에서 선거법을 처리하려면 더불어민주당이 무제한 토론을 중단하거나 새누리당이 더민주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에 대한 공방이 본격화되면서 접점 찾기에 나서고 있다. 전날 역시 무제한 토론이 진행 중인 본회의장에서 만났으나 절충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날 오전 9시 현재 필리버스터링으로 맞서는 여야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려면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민주를 포함한 야권은 테러방지법에서 도·감청 등 정보수집 권한의 남용 소지를 방지할 장치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무제한 토론이 계속돼 선거법 처리가 늦어지면 여야 모두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4·13 총선 준비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언론을 통해 "야당은 국민 안전과 총선 예비후보를 볼모로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민주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의 권력 남용과 인권 침해를 감시·감독할 수 있는 일정한 장치가 마련되면 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