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강화’의 역설…배당금 100억 받는 대주주 20명

입력 2016-02-26 10:11 수정 2016-02-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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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배당금 1771억…압도적 1위

지난해 100억원 이상의 배당을 받게 된 기업 오너들이 모두 2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 목적으로 내놓은 배당 강화 정책으로 지난해 기업실적이 부진했지만 100억원 이상 배당금을 받게 되는 대주주는 늘었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4일까지 공시된 상장사 배당(보통주 기준) 현황을 집계한 결과 이건희 회장이 받게 되는 현금 배당은 총 1771억6000만원으로 압도적인 1위였다.

이 회장은 3.38%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에서 997억1000만원의 배당을 받는다. 각각 지분 20.76%, 2.86%를 보유한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에서도 747억3000만원, 27억1000만원을 수령한다.

2위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정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의 주식 보유로 총 772억9000만원의 배당금을 손에 쥐게 된다.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559억9000만원),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493억8000만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372억9000만원) 등 재벌가가 나란히 뒤를 이었다.

주식 부호 2위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에서 총 257억9000만원의 현금 배당을 받게 돼 6위에 올랐고, 구본무 LG그룹 회장(254억9000만원)이 7위에 랭크됐다.

8위는 홍라희 리움 관장으로, 홍 관장은 삼성전자(보유지분 0.74%)에서 216억6000만원의 현금 배당을 받게 돼 여성 배당 부자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김원일 골프존유원홀딩스 경영고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구본준 LG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상장기업들의 이익규모는 103조원으로 지난 2007년 수준으로 되돌아갔지만 배당금 100억원 이상을 수령한 배당부자는 전년보다 1명이 늘었다.

이 같은 오너들의 배당금 잔치는 정부의 배당강화 드라이브 정책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정부는 일정액 이상을 투자 또는 배당에 쓰지 않는 기업에 과세(기업소득환류세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지난해 소득분(올해 배당분)부터 적용된다. 또 고배당 기업에 배당소득세를 감면해주는 배당소득증대세제도 올해 처음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내놓은 정부의 배당강화 정책이 오너일가 배불리기라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대주주로의 배당 쏠림 현상을 완화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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