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엔 ‘10’이 수(數) 중에 최고인 줄 알았다. 손가락을 꼽으며 셀 수 있는 가장 큰 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마한테 하모니카, 바비인형 등 갖고 싶은 것을 사 달라고 하면 늘 “열 밤만 자면 사 줄게”라는 대답이 돌아와서였다. 물론 열 밤이 지나면 또다시 열 밤을 자야 했다. 열 밤이 지난다고 형편이 좋아질 리 없었지만 철없던 나는 매일 손가락을 꼽으며 수를 셌다. 지금은 ‘100’이 가장 큰 수라는 생각이다. 100에 해당하는 우리말 ‘온’에는 ‘모든’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숫자는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어려워한다. 특히 대강 짐작해 헤아릴 경우 어떻게 말해야 할지 헷갈려 하는 이들이 많다. 이쯤에서 문제 하나. 넷이나 다섯쯤 되는 수의 우리말 바른 표기는? ‘너댓’이라고 답한 이들이 많겠다. 하지만 ‘너댓’은 존재하지 않는 말로, 정답은 ‘네댓’ 혹은 ‘네다섯’이다.
하나나 둘을 의미할 때는 ‘한둘’과 ‘한두’ 둘 다 쓸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한두’는 관형사로 “찰떡도 한두 끼”, “듣기 좋은 육자배기도 한두 번”처럼 단위를 나타내는 말을 수식한다. 둘이나 셋은 ‘두셋’, ‘두세’로 표현하는데, 두세 역시 관형사로 단위를 나타내는 말 앞에 쓰인다. 셋이나 넷쯤 되는 수는 ‘서넛’이다. 다섯이나 여섯은 ‘다서여섯’이라 말하는 이가 많지만, ‘대여섯’이 올바른 표현이다. 여섯이나 일곱 정도 되는 수도 ‘여서일곱’이 아니라 ‘예닐곱’이다. 그런데 일곱이나 여덟의 경우엔 ‘일고여덟’이라고 표현한다. “일여덟 살 먹은 아이가 과자를 먹고 있다”처럼 일고여덟의 준말 ‘일여덟’도 표준어다. 여덟에서 아홉 정도 되는 수는 ‘여덟아홉’이며, 준말은 ‘엳아홉’이다.
열이 조금 넘는 수를 일컬을 때는 ‘여남은’이라고 표현하면 된다. ‘열 하고 남다’라는 뜻에서 비롯된 말인 듯싶다. ‘여라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종종 있는데, 이는 잘못된 말이다. 스물이 조금 넘는 수인 ‘스무남은’과 예순이 조금 넘는 수 ‘예수남은’도 표준어로 사전에 올라 있다.
초등학교 입학식 하면 왼쪽 가슴에 달았던 흰 손수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때는 콧물 흘리는 아이들이 왜 그리도 많았던지. 입학식 다음 날부터 학교에 가면 한글은 ㄱ, ㄴ부터, 산수는 1부터 차례로 배웠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입학 전부터 논술(한글이 아닌)학원, 수학(산수가 아닌)학원은 물론 영어학원, 과학학원 등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고된 생활을 한다. 공부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여럿이라니 안타깝다. 아이들은 맘껏 뛰어 놀며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꿈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