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의 4차 무대인 27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서부 주에서 남부 주로 이어진 2연승의 여세를 몰아 10여 개 지역에서 동시 경선이 진행되는 최대 승부처인 3월1일 ‘슈퍼 화요일’에서 경선 레이스를 사실상 끝낸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오전 12시 현재 개표가 100% 완료된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73.5% 득표율을 기록해 26% 득표율을 확보한 샌더스를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승리가 확정되자 클린턴 전 장관은 연설을 통해 “미국은 결코 위대함을 멈춘 적이 없다”면서“내일부터 우리 선거 캠페인은 전국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면서 슈퍼화요일까지 여세를 몰아갈 것임을 강조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걸린 대의원 수는 총 59명이었다. 이날 클린턴 전 장관은 39석을 챙겼고, 샌더스 의원은 14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이 현재까지 544명의 대의원을 확보한 반면 샌더스 의원은 85명에 그쳤다. 대선 후보로 지명되려면 확보 해야 하는 대의원 수는 2383명이다.
47%포인트차가 넘는 힐러리의 압승 배경에는 흑인 유권자의 ‘몰표’가 있다.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84%가 클린턴 전 장관에게 몰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선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당시 경선주자였던 클린턴을 상대로 확보했던 득표율(78%)을 웃도는 것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민주당 유권자의 60%가량이 흑인이다. 지난해 6월 백인 우월주의자의 흑인교회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곳 유권자들은 젊은 시절 흑인민권운동에 헌신하고 총기규제에 적극적인 클린턴 전 장관에 일찍부터 우호적이어서 그의 압승이 예상됐던 곳이기도 하다.
샌더스 의원은 클린턴 압승이 일찍부터 예상됐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유세활동보다는 슈퍼 화요일 유세에 집중해왔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떠나 미네소타주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성명을 내고 사우스캐롤라이나 패배를 인정하고 클린턴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오늘 밤 분명히 밝힐 것이 하나 있다. 선거는 이제 시작됐다는 것”이라며 “우리의 풀뿌리 정치혁명은 경선을 거듭하며 성장할 것이며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은 3월1일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 주와 매사추세츠 등 진보 성향이 강한 뉴잉글랜드 지역, 콜로라도와 미네소타, 오클라호마 등 5개 주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버몬트 주를 제외하고는 어느 곳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어서 슈퍼 화요일 승부 이후를 이어갈 수 있을지 매우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