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란과 도로ㆍ항만ㆍ철도 등 인프라와 금융 분야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다. 또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연내 이란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을 재개하기로 했다.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 개최를 위해 이란을 방문하고 있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이란에서 고위급 관료와 잇따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주 장관은 압바스 아쿤디 도로도시개발부장관, 발리올라 세이프 중앙은행 총재, 알리 타옙니아 경제재정부장관 등 이란 고위급 인사와 차례로 면담하고 교역 투자와 확대는 물론 기술ㆍ투자, 금융 지원, 인력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모든 면담이 애초 예정보다 30분 이상 연장되고 협력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중앙은행 총재, 경제재정부 장관 등 관련 기관장들이 상호 방문하기로 하는 등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주 장관은 “한국은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5년, 10년, 10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시각에서 이란과 진정한 동반자적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란 산업 고도화, 이란 국민의 삶의 질 향상 등과 관련한 협력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부적으로는 △도로ㆍ항만ㆍ철도 등 인프라분야 △결제시스템 운용, 금융 및 개발 원조(EDCF, KOICA 원조 프로그램, KSP) 협력 △이란 종합병원 프로젝트, 철도사업, 컨테이너 크레인 설치 등 구체적인 프로젝트 협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주 장관은 압바스 아쿤디 도로도시개발부장관과 양국 간 인프라 협력을 위한 기반 조성을 강조하면서 철도, 선박 분야 등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이란 측은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의 참여와 금융지원을 요구했다.
한국 측은 협력기반 조성을 위해 인프라 협력 MOU(국토교통부), 항만개발 MOU(해양수산부), 해운협정(해수부)의 조속한 체결을 제안하였고, 이란측은 적극 협의해나가자고 합의했다.
특히 주 장관은 알와즈-이스파한 철도사업(49억달러), 컨테이너 크레인 설치사업(1억4천만달러), 선박평형수처리설비 수출 등에 대한 이란의 협조를 요청했고 이란 측은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선박평형수처리설비는 내년부터 의무 설치와 관련한 국제 협약이 발효되는 만큼 앞으로 관련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 장관은 이란 측이 면담에서 처음 제안한 철도차량 공급 프로젝트, 이란 남북 연결 철도도로망 개량 사업 공동 조사, 테헤란 교외 통근 시스템 개선 등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제안하고 관련 한국 기업도 소개하기로 했다. 또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우리나라 선사의 터미널 이용 관련 애로 사항도 전달하면서 해결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란 측은 호텔, 관광, 병원, 항만, 공동주택 개발, 신도시 건설 등 등 인프라 개발에 협력 잠재력이 있다며 프로젝트별로 민자사업(BTL) 등 다양한 금융지원 방식을 혼합해 협력해나가자고 화답했다.
주장관과 발리올라 세이프 중앙은행 총재는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결제시스템 구축, 50억 유로 규모의 금융 약정과 2억달러 규모의 전대라인 개설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이와 관련해 주 장관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있는 이란 중앙은행의 국내계좌를 당분간 유지하고, 예치된 예금의 인출을 최소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유로화와 엔화 등 다른 통화에 대한 결제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이란 측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 장관은 아울러 현대차의 상용차에 이란 중앙은행의 금융 전산 코드가 부여되지 않고 있어 신용장 개설 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실무적으로 관련 사항을 검토하여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알리 타옙니아 경제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에서는 금융 및 개발원조 지원 등 세부 금융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주 장관은 무역보험공사와 이란 경제재정부간의 금융협력약정에 따라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사업, 수출입은행이 금융지원을 검토 중인 한국컨소시엄의 이란 병원 건설에 대해 경제재정부의 원활한 지급 보증을 요청했다. 또 양국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서 이란에 대한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을 연내 재개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면담 직후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이란 경제재정부는 포괄적 금융협력 약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란 경제재정부가 추천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한국 기업이 참여하면 50억유로 한도 내에서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앞서 주 장관은 두바이(27일)와 테헤란(28일)에서 현지 지사 및 상사 대표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참석자들은 이란 관련 사업의 경우 법적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투자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주 장관은 “유가하락, 중동 정세 불안 등 여건이 어렵지만 기업인들이 창의적으로 신시장을 발굴해달라”며 “정부도 금융지원과 정보제공을 확대해 우리 기업의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지원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