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지연은 기본, 결항은 옵션…저가항공사, 고객 불편도 땡처리?

입력 2016-02-29 17:49 수정 2016-02-2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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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티몬ㆍ쿠팡ㆍ위메프)
(출처=티몬ㆍ쿠팡ㆍ위메프)

소셜커머스에 오른 할인 항공권 광고들입니다. ‘땡처리’로 더 잘 알려져 있죠. 춘풍이 살랑이는 제주도 여행은 만 원짜리 두 장이면 충분하고요. 벚꽃이 만발한 일본 오사카 편도는 10만원이 채 안 됩니다. 신혼여행의 ‘끝판왕’ 하와이 호놀룰루도 동남아 편도 수준인 35만5000원만 있으면 다녀올 수 있습니다.

사실 이것도 비싼 편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특가 프로모션이 실시되면 제주도 항공권은 커피 한잔 가격인 5900원까지 떨어지고요. 괌 티켓 역시 부산행 KTX 요금 수준인 5만8900원에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값 주고 항공권 사는 사람들은 이제 ‘호갱님(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 취급받습니다.

물론 싼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좋은 시간대를 찾기 힘듭니다. 비수기 항공권을 미리 파는 것이기 때문에 평일 아침(6~9시)이나 저녁(6~9시) 출발이 대부분이죠. 환불이나 교환도 어렵고요. 수하물 값을 따로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석을 최소화해 손실을 줄이려는 저비용항공사의 가격 마케팅인 셈입니다.

“연착과 갑작스런 캔슬(결항)에 대비책을 잘 세워두세요. 그래야 정신건강에 이로울 겁니다.”<트위터 ID: Junm****>

할인 항공권 이용 팁(Tip)과 관련해 SNS에 오른 글입니다. ‘싼 게 비지떡’, ‘항의해도 무소용’, ‘고객 불만도 땡처리’ 등의 댓글이 수두룩합니다.

(출처=에어부산에서 고객에게 보낸 지연 안내문자)
(출처=에어부산에서 고객에게 보낸 지연 안내문자)

저비용항공사의 지연과 결항, 하루 이틀 일이 아니죠. 어제(28일)도 부산 김해공항을 출발해 괌으로 갈 예정이던 제주항공 ‘7C3154편’이 연결 문제로 제시간에 이륙하지 못했습니다. 밤 10시께 이륙허가 신청을 냈지만 관제당국에선 이를 불허했습니다. 결국 116명의 승객은 24시간이 지난 오늘(29일) 밤, 출발할 예정입니다. 이 항공사는 지난 19일에도 예약 발권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7편이 지연 운행됐죠.

며칠 전 지인 결혼식이 있어 제주도에 다녀온 저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출발하는 날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에어부산에서 문자가 오더군요. 오후 2시 35분에 이륙하기로 한 항공기가 연결 문제로 35분 늦게 출발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예식이 오후 5시였던 터라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렌터카를 빌려 서귀포로 내달렸죠. 제 시각에 도착하긴 했지만, 짜증이 났습니다.

그런데 서울로 돌아오는 날도 똑같은 문자가 오더군요. 이유도 같았습니다. 검표를 하고 10번 탑승구로 가보니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빼곡했습니다. 비슷한 시간대에 출발하려던 9번 탑승구 티웨이 항공기도 지연됐다고 하더군요. 안내 방송과 웅성거림이 뒤섞여 정신이 없었습니다.

‘저비용항공사 고객들은 항공기 30~40분 지연 정도는 그냥 감수하라는 건가?’란 생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지난달 말(23~25일) 기록적인 폭설로 제주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사흘간 중단됐습니다. 당시 저비용항공사(LCC) 고객들은 공항 내에서 노숙을 하며 큰 불편을 겪었는데요. 콜센터 연락 두절, 선착순 발권, 향후 일정 무계획 등 LCC의 미흡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문제였습니다.(뉴시스)
▲지난달 말(23~25일) 기록적인 폭설로 제주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사흘간 중단됐습니다. 당시 저비용항공사(LCC) 고객들은 공항 내에서 노숙을 하며 큰 불편을 겪었는데요. 콜센터 연락 두절, 선착순 발권, 향후 일정 무계획 등 LCC의 미흡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문제였습니다.(뉴시스)

저비용항공사의 미흡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절정에 달했던 ‘제주공항 마비 사태’가 있은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항공기 지연 여부를 미리 문자로 안내하는 등 대기 시스템은 크게 개선됐지만 지연ㆍ결항과 같은 근본적 문제는 여전합니다. 저비용항공사가 서비스마저 ‘저가’ 취급받지 않으려면 아래와 같은 고객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고객이 할인 항공권을 구매할 때 감내한 건 늦은 출발 시각과 수화물 미처리, 기내식 미제공 뿐입니다. 갑작스러운 지연이나 결항 불편까지 ‘땡처리’해도 된다고 동의한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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