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해외법인, 지난해 1조3000억 손실 = 권 회장은 취임 뒤 철강 본원의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러나 의욕 만큼 성과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도 당당히 흑자를 내며 위기의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포스코가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정 전 회장 시절 인수·합병 했던 국·내외 계열사들이 커다란 손실을 내며 포스코 전체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국내법인보다 해외법인에 있다. 지난해 포스코 해외법인 170여 개 가운데 100여 개가 순손실을 기록했다. 손실규모만 1조3000억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동남아 시장 선점을 위해 설립했던 법인들과 중국의 장가항포항불수강(Zhangjiagang Pohang Stainless Steel Co., Ltd.) 자원개발 사업 등이 해외 부실의 진앙지로 꼽힌다.
포스코의 해외 종속법인인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포스코(PT. KRAKATAU POSCO)는 지난해 422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크라카타우 포스코는 지난 2010년 포스코가 70%,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 크라카타우 스틸이 30% 지분을 투자한 동남아시아 최초 일관제철소다. 동남아 철강시장의 패권을 쥐기 위해 야심차게 출발해 3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했지만 2012년 291억원, 2013년 419억원, 2014년 250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손실액이 2배 이상 늘었다.
여기서 생산하는 슬래브와 선박·토목용 후판 등이 중국산과 경쟁하면서 손실을 내고 있고, 1단계 300만톤 규모 설비 중 중간재 성격의 슬래브는 180만톤이고 완제품 후판으로 가공하는 규모는 120만톤에 그치기 때문이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이런 구조적인 적자를 탈피할 방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좀처럼 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일본 철강기업들의 시장 장악력이 높고, 일본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도 밀리기 때문에 당분간 적자를 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시한폭탄 중국 장가항, 매각設 수면위 = 중국 스테인리스스틸(STS) 일관제철소인 장가항포항불수강 유한회사도 작년에만 1164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구조조정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장가항포항불수강은 포스코가 해외에 건설한 최초의 일관제철소이자 중국과의 관계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포스코 입장에서 의미있는 회사다.
당초 구조조정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톤당 5만~6만달러에 달하던 페로니켈의 가격이 8000달러선까지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권 회장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켰다. 포스코 측은 지분 희석,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장가항포항불수강에 대해 “지분 희석까지 포함해 적자 규모를 최대한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포스코는 지분 희석을 포함해 최대한 적자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결재무에서 적자법인을 배제하도록 지분 판매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베트남법인(POSCO-VIETNAM Co., Ltd)도 165억원 적자를 냈고, 베트남 봉형강 공장(POSCO SS-VINA)도 1139억원, 말레이시아 법인(POSCO-Malaysia SDN. BHD.)은 10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자동차 강판 법인도 맥을 못추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인도에서 자동차강판을 만들고 있는 포스코마하스트라(POSCO Maharashtra Steel Private Limited)는 전년 268억원에 이어 작년에도 804억원 손실을 냈고, POSCO(Guangdong) Automotive Steel Co., Ltd.역시 16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포스코의 계열사 지분법 손실은 5060억원에 달한다. 2014년 2998억원에서 크게 늘었다. 지분법 평가손익이란 자회사를 비롯, 투자한 다른 회사의 손익을 투자 지분만큼 자사의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해외계열사가 발목을 잡았다. 대대적인 국내 계열사 구조조정으로 장부상 국내 기업에 대한 지분법 손실은 2014년 2215억원에서 729억원으로 줄었지만, 해외 연결기업의 경우 783억원에서 4331억원으로 급증했다. 결국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이 포스코 실적 악화의 직격탄으로 돌아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