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3이 두 번 겹친다고 하여 3월 3일을 ‘삼겹살 데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꼭 이때뿐이랴. 한국인의 삼겹살 사랑은 세대와 시대를 막론한다. “삼겹살에~”라고 운을 띄우면 “소주 한잔”이라는 말이 척 달라붙을 만큼 안주로도 친숙한 삼겹살. 그런 삼겹살에 대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곳 ‘스리 팬스(Three Pans)’를 소개한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판이 3개, 즐거움도 3배
삼겹살은 썰어낸 모양이나 어디에 어떻게 굽느냐 등에 따라 ‘대패 삼겹살’, ‘벌집 삼겹살’, ‘볏짚 삼겹살’, ‘솥뚜껑 삼겹살’, ‘와인숙성 삼겹살’ 등 여러 가지 수식어가 붙는다. 수식어가 다양한 만큼 다채로운 맛과 식감으로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중에서도 캠핑장에서 즐기는 ‘바비큐 삼겹살’의 매력을 재현한 곳이 바로 ‘스리 팬스’다. 참나무 장작 화덕에 삼겹살을 덩어리째 넣어 훈연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바비큐 특유의 향과 식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초벌구이 작업을 거치면 기름기가 한 번 쏙 빠지면서 담백한 맛을 낼 수 있고, 테이블에서 구울 때도 익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참나무 화덕에 들어가기 전 손질한 고기는 2주 동안 숙성을 거친다. 돼지를 도축한 뒤 시간이 지나면 근육이 수축하는데 숙성한 고기는 단단한 근육이 풀어지면서 더 연하고 부드러운 맛을 낸다. 이 고기를 소금이나 후추 등의 밑간 없이 그대로 초벌구이한다. 그리고 다시 철판에 익혀 ‘스리 팬스’에서 직접 만든 시즈닝을 뿌려 손님 테이블에 나가게 되는 것. 과정은 복잡하지만 그만큼 고기에는 맛이 더해진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그 이름처럼 팬(pan)이 3개라는 것이다. 각각의 팬에 굽는 재료가 다르고 불을 따로 조절할 수 있어 취향에 맞게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가운데 팬에는 고기를 굽고, 한쪽에는 숙주와 양파 호박 등 채소를, 다른 한쪽에는 멸치젓 소스와 버섯, 김치 등을 굽는다. 김치나 버섯도 삼겹살과 궁합이 잘 맞지만, 팬에 살짝 볶은 숙주를 곁들이면 일본식 선술집 등에서 맛보는 ‘삼겹숙주볶음’처럼 즐길 수도 있다. 재료마다 익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3개의 팬을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
‘스리 팬스’의 입구 왼쪽에는 참나무 창작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고기들이 눈에 띈다. 마치 사우나에서 땀을 빼는 것처럼, 윤기가 흐르는 고기에서 기름이 쪽 쪽 떨어지는 모습이 입맛을 자극한다. 외부와 내부 벽면에는 참나무 장작들이 가득 쌓여 있어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삼겹살뿐만 아니라 목살, 가브리살, 등갈비도 같은 과정을 거쳐 테이블에 올라온다. 특히 등갈비는 일반적인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바비큐 립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팬 위에 올려 나오는 멸치젓 소스와 더불어 간장, 된장, 와인을 베이스로 한 소스를 함께 제공한다. 물론 친숙한 쌈장도 있지만 ‘스리 팬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소스이니 골고루 즐겨볼 것을 추천한다.
고기를 맛있게 먹고 볶음밥으로 식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까? 김치찌개, 된장찌개, 국수 등 한식 메뉴도 있지만, 이곳의 볶음밥은 퓨전 요리를 맛보는 것처럼 독특하다. 보통 삼겹살집 볶음밥은 남은 고기와 김치, 야채 등을 잘게 썰어 밥을 볶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스리 팬스’는 일본식 철판 해물볶음밥을 기본으로 한다. 그 위에 모차렐라치즈가 듬뿍 깔린 치즈 볶음밥 또는 봉긋한 오믈렛이 올라간 계란 볶음밥으로 즐길 수 있다. 점심시간에는 이 볶음밥이 근사한 한 끼 식사로 인기다. 삼겹살, 볶음밥을 포함한 전 메뉴는 테이크아웃(take-out)으로 즐길 수 있다.
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14길 24
영업시간 (런치) 11:30~15:00 (디너) 16:00~24:00)
문의 02-733-3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