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국민기업 포스코⑦] 황은연 승진인사 나던 날,‘포스코 3인방’ 대구 간 까닭

입력 2016-03-03 10:24 수정 2016-03-0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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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의원·지자체 대표와 저녁회동…정치 실세 만나러 최고 경영진 한꺼번에

포스코가 계열사 직원들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정치 후원금을 전달한 것은 그동안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포스코의 정치 후원금을 전달받지 않았으면 포항시 의원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이번에 본지의 취재로 밝혀진 포스코엠텍의 정치 후원금 전달은 빙산의 일각이란 것이다.

3일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포스코의 모든 계열사가 직원 명의를 도용해 정치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며 “소수의 경영진만 후원금 전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이처럼 정치권 로비에 집중하는 것은 사내 권력 싸움과 무관치 않다. 포스코 회장이 되려면 정권과 줄이 닿아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다. 또한 포스코는 사업과 관련한 애로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 로비를 활용해왔다. 정준양 전 회장이 포항의 신제강공장 고도 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상득 전 의원에게 청탁한 것은 지난해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올해 포스코 인사가 있었던 다음날인 지난 2월 2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 김진일 사장, 황은연 사장 등 포스코 최고경영진 3인방은 현 정권 유력 인사를 만나기 위해 대구로 내려갔다. 이날 대구 한우리식당에서 포스코 관계자들은 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C의원, 영남 지역 지자체 대표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이는 포스코가 얼마나 정치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자리에서 한 인사는 포스코 관계자에게 “보령은 어떻게 돼갑니까?”라고 물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포스코 관계자는 “나중에 저랑 따로 얘기하시죠”라고 답했다. 총선을 앞두고 사기업이 정치권의 선거 조직을 지원하는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포스코 측은 이날 회동과 관련해 지역 기업과 정치인들이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자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시점에 인사 직후 첫 공식 행보로 최고경영진 3명이 한꺼번에 정치 실세를 만나러 지방까지 내려갔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모임이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중 황 사장은 특히 여당의 B의원과 절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사장은 여의도를 방문할 때마다 A의원에게 고급 양주를 건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양주의 가격이 싯가 50만원을 웃도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뇌물 성격이 짙은 셈이다.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황 사장의 차량 트렁크에는 고급 양주, 화장품, 100만원 상당의 골프의류가 가득차 있다”고 말했다.

오는 4월 총선 결과가 포스코 권력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포스코의 정경 유착 때문이다. 영남 지역의 선거 결과에 따라 포스코 관계자와 현 정권 실세의 관계가 더욱 친밀해 질 수 있다. 권 회장의 임기 만료가 내년 초인 것을 고려하면 이는 차기 회장 선임 문제와도 떼놓을 수 없다. 지금부터 차기 회장을 위한 로비가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현 정권 최고위 관계자 중 일부가 현재의 포스코를 마뜩잖게 여기는 것은 변수다. 포스코의 정치권 로비를 전해들은 정권 관계자는 외부 상시 감시시스템 도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의 ‘정권바라기’를 차단하려는 의도다. 이같은 행보는 포스코 주주총회 시기인 3월 11일을 전후해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포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소상공인들은 ‘포스코 개혁위원회(가칭)’를 발족할 예정이다. 최근에 포스코의 정경 유착이 더욱 심화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음주 출범 예정인 이 위원회는 포스코의 투명 경영, 정권과의 유착을 차단하기 위해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 포스코 관계자는 “정치 후원금 전달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으로 강요는 절대 없었다”며 “정치권에 대한 조직적인 후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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