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경영권 분쟁'만 보다가 신선한 충격준 두산가 전통

입력 2016-03-03 10:29 수정 2016-03-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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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두산의 아름다운 승계... 기업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확인하는 모범 사례 평가

지금까지 ‘형제의 난’이라 불리는 경영권 분쟁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재계에 두산가(家)가 신선한 충격을 줬다. 부자(父子) 상속 구조가 아닌 형제(兄弟) 경영 구도에서도 아름다운 경영권 승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용만 회장은 2일 열린 ㈜두산 이사회에서 “그룹 회장직을 승계할 때가 됐다”며 용퇴 의사를 밝힌 뒤 차기 이사회 의장에 박정원 회장을 천거했다.

박 회장은 이사회에서 “오래전부터 그룹 회장직 승계를 생각해 왔는데 이사 임기가 끝나는 올해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생각으로 지난 몇 년간 업무를 차근차근 이양해 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까지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턴어라운드할 준비를 마쳤고, 업무도 대부분 위임하는 등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정원 회장은 박용만 회장의 큰조카이자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고 박두병 초대 회장의 맏손자다. 100년 기업인 두산그룹이 1896년 박승직 상점으로 출범해 형제경영과 장자상속의 원칙을 4세까지 잇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한 번은 거쳐야 할 산통 같은 의식처럼 보여졌다. 볼썽사나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지금도 재계 곳곳에서 진행형이다. 심지어 법정소송으로 비화되며 형제간 의절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돈이 피보다 진하다’는 조롱 섞인 반응이 난무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도 이번 두산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그룹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많았다”며 “심지어 법정소송으로 비화되며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번 두산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재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재계를 보는 부정적 시각 중에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큰 몫을 했다”며 “두산그룹이 모범 사례를 제시한 것 같아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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