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는 버진그룹의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경우를 보자. 그는 버진레코드라는 음반제작업에서 시작해 1984년 항공사 버진애틀랜틱항공, 1999년 이동통신사 버진모바일, 2004년 우주관광회사 버진갤럭틱 등 30여년간 200여개 기업을 창업해 왔다. 화장을 하고 웨딩드레스를 입거나 인도의 제후처럼 차려입고 뭄바이 빌딩 꼭대기에서 뛰어내리고, 열기구를 타고 세계 일주를 시도하는 것 같은 괴짜 행각으로 더 잘 알려진 브랜슨 회장은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자본이 아니라 아이디어”라고 주장했으며, 이를 몸소 실천한 사람이다.
그는 최근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우주여행용 우주선 스페이스십2를 공개했다. 버진그룹 계열사 버진갤럭틱은 사람들에게 막연한 공상과학의 대상으로 생각되는 우주여행 탑승권을 25만 달러(약 3억1000만원)에 팔고 나섰다. 벌써부터 좌석을 예약한 사람만 552명에 달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꿈’을 건드린 새로운 사업이 현실화·현금화를 눈앞에 둔 것이다.
국내에서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중소·중견 기업인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바이오 전문기업 셀트리온을 일군 서정진 회장이 일례다. 지난해 한미약품이 7조원대 기술 수출을 하기 전까지 국내 의약품 시장의 매출 규모는 2013년 기준 19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정진 회장은 국내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항체 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2005년부터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올인했다. 오리지널 항체 의약품보다 가격이 싼 바이오시밀러는 먼저 시장에 나온 제품의 시장 파이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진입 시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실이 올해 초 관절염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 승인 권고로 이어졌다. 향후 램시마가 최종 승인까지 받는다면 미국 시장에서만 연간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창조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혹은 선견지명이 뛰어난 경영자 개인의 능력이 십분 발휘된 성공 스토리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 같은 혁신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기 위해서는 일부 우수한 개인의 능력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탄탄한 사회적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본다.
다행히 창조경제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사람들을 응원하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현재 전국 18곳에 설치돼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다. 벤처캐피털의 신규 투자 규모는 점점 늘어나 지난해 2조원을 돌파한 상태이며, 마루 180, N15 등 창업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나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KIAT 역시 기술 보유 기업의 사업화를 돕기 위해 기업별로 전담코치를 붙여주는 ‘도움닫기 플랫폼’을 올해 처음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전문가가 책임지고 사업화 전 주기 컨설팅에 나섬으로써 사업화의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새로운 부가가치와 질 좋은 일자리는 머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불굴의 기업가 정신, 실패한 기업에도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적 토양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누구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열린 창업지원 시스템이 구축될 때, 앞으로 보다 다양한 성공 사례가 나올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