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금보다 돈(豚)… 삼겹살, 먹지 말고 투자에 양보하세요

입력 2016-03-03 17:0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출처=코미디 TV '맛있는 녀석들')
(출처=코미디 TV '맛있는 녀석들')

오늘(3일) 점심 뭐 드셨습니까?

전 오랜만에 고기를 먹었습니다. 오늘은 '삼겹살데이'니까요. 오전 11시 40분쯤 식당에 도착했는데, 빈 자리가 몇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더군요. 사탕ㆍ짜장면ㆍ장미까지, 우리나라 ‘○○데이’의 위엄(?)을 느끼기 충분했습니다.

저와 동료들도 자리에 앉아 삼겹살 3인분을 시켰습니다. ‘백종원 비법’ 따라 앞뒤로 노릇하게 익힌 고기엔 고소한 육즙이 가득했습니다. 어금니 사이에서 진득하게 떨어지는 비계의 쫄깃한 식감도 기가 막혔죠. ‘삼느님(삼겹살+하느님)’이란 찬사가 아깝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먹어도 언제나 옳은 삼겹살, 여러분은 이 돼지고기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 아십니까?

대표적인 것이 '돈육선물'입니다. 선물(先物; Futures) 거래란, 미래 특정시점의 주가나 환율, 금리 등을 현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사고파는 것을 말합니다. 농부가 중간상인들에게 수확하지 않은 배추, 양파, 귤 등을 밭째로 몽땅 넘기는 ‘밭떼기’도 일종의 선물거래입니다.

돈육선물은 그 대상이 돼지고기입니다. 수익률이 제법 쏠쏠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돼지고기 선물 가격은 연초 대비 17%나 올랐습니다.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금 가격 상승률(15.3%)을 뛰어넘는 성적입니다.

말 그대로 '금(金)'보다 '돈(豚)'이네요. 이유가 뭘까요? 시작점은 온난화입니다.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계속되면서 곡물 값이 올랐습니다. 물론 사료 가격도 뛰었죠. 소고기 값엔 최악입니다.

지난달 맥도날드가 햄버거 가격을 100원 인상하고 버거킹, 롯데리아, KFC 등도 치열하게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돼지고기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이달 말 부활절(27일)을 앞두고 갑자기 수요가 늘은 것도 돈육선물 가격을 끌어올렸죠.

“우리나라는 돈육선물 시장 없어요?”

식사를 마친 후 옷에 짙게 밴 고기 냄새도 뺄 겸 산책을 하는데, 동료 한 명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도 있습니다. 미국 55년, 독일 18년보다 짧지만 개장한 지 벌써 8년이나 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문을 연 역사와 전통(?) 있는 시장입니다.

(출처=삼성선물)
(출처=삼성선물)

우선 돈육선물 시장은 1계약에 1000kg씩 거래가 이뤄집니다. 오전 10시 15분부터 오후 3시 15분까지 운영되는데요. 돈육 도체(도축 후 머리ㆍ내장 등을 제거한 것)를 직접 주고받는 대신, 최종결제 가격을 이용해 차금을 계산합니다. 결제는 현금결제입니다.

감이 안 오시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양돈 사업을 하는 박 씨는 3개월 뒤 돼지고기값이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박 씨는 가격하락 위험을 피하고자 현재 가격인 1kg당 5000원으로 선물 매도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만약 10계약을 체결했다면 1계약이 1000kg이기 때문에 5000만원을 손에 쥐었겠네요.

만약 6월에 돼지고기 가격이 실제로 4000원으로 떨어졌다면 선물을 매입(청산)해 총 4000만원에 정산합니다. 박 씨는 1000만원의 이익을 얻어 돼지고기 가격하락 위험을 상쇄했습니다.개인 투자자도 마찬가지 원리입니다.

(5000원×1000kg×10계약) - (4000원×1000kg×10계약) = 1000만원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돈육선물 시장은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개장 첫 해인 2008년에는 하루 평균 계약이 6억원대에 달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으나, 이듬해부터 반토막(3억원) 나기 시작하더니 2010년에 들어서는 일 년에 거래 한 건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투자자)이 뚝 끊겼습니다. 최근 1년간 거래 실적은 ‘0’입니다.

한국거래소가 3년 전 ‘돈육선물 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며 시장 살리기에 나섰으나 양돈농가는 물론 도매업자, 개인투자자 모두 참여가 저조해 좀처럼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언제 폐장될지 모릅니다.

맛도 좋고 돈도 되는 삼겹살, 이제 먹지 말고 투자에 양보해보는 건 어떨까요?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삼성화재, 반려동물 서비스 재시동 건다
  • 美ㆍ中 빅테크 거센 자본공세…설 자리 잃어가는 韓기업[韓 ICT, 진짜 위기다上]
  • 트럼프 관세 위협에… 멕시코 간 우리 기업들, 대응책 고심
  • 韓 시장 노리는 BYD 씰·아토3·돌핀 만나보니…국내 모델 대항마 가능할까 [모빌리티]
  • 비트코인, 9.4만 선 일시 반납…“조정 기간, 매집 기회될 수도”
  • "팬분들 땜시 살았습니다!"…MVP 등극한 KIA 김도영, 수상 소감도 뭉클 [종합]
  • '혼외자 스캔들' 정우성, 일부러 광고 줄였나?…계약서 '그 조항' 뭐길래
  • 예상 밖 '이재명 무죄'에 당황한 與…'당게 논란' 더 큰 숙제로
  • 오늘의 상승종목

  • 11.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8,500,000
    • -2.62%
    • 이더리움
    • 4,655,000
    • -3.62%
    • 비트코인 캐시
    • 690,000
    • -0.86%
    • 리플
    • 1,951
    • -1.81%
    • 솔라나
    • 322,300
    • -2.75%
    • 에이다
    • 1,333
    • -0.37%
    • 이오스
    • 1,105
    • -1.87%
    • 트론
    • 272
    • -1.45%
    • 스텔라루멘
    • 612
    • -10.26%
    • 비트코인에스브이
    • 92,000
    • -2.18%
    • 체인링크
    • 24,320
    • -1.3%
    • 샌드박스
    • 849
    • -13.3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