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일 천일고속은 보통주 1주당 6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8.1%이며, 배당금총액은 약 85억6200만원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다음날인 4일 천일고속의 주가는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고배당의 혜택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천일고속 지분 대부분을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일고속의 최대주주인 박도현 대표의 지분은 무려 43.09%(61만5825주)에 달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인인 박주현, 박재명, 박정현의 보유지분까지 합하면 오너일가의 지분 비율은 85.74%에이른다. 결국 배당금총액 85억원 중 대부분인 72억원 가량이 오너 일가 주머니로 흘러들어 가게 되는 셈이다.
박 대표 등은 이번 배당으로 확보한 자금을 증여세 납부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천일고속 창업주인 박남수 명예회장은 친인척 10여명을 통해 명의신탁해 관리해왔던 차명주식 98만2944주(68.77%)를 실명전환해 손자인 박 대표와 박주현 부사장에게 증여했다.
무려 38년간이나 숨겨왔던 차명주식의 존재가 드러났지만 관련법 미비로 천일고속 오너일가에 대한 법적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대규모 증여세 납부만 숙제로 남았을 뿐이다.
차명계좌 발견 당시 추정된 증여세 규모는 400억원 가량이었다. 현행법상 30억원이 넘는 증여재산에 대해서는 세율 50%가 적용되고, 여기에 자녀가 아닌 손자·손녀에 대한 증여 시에는 30%가 할증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차명계좌 발견 당시 천일고속이 증여세를 내고자 고액 배당에 나설 것이란 예상에 주가가 급등했었다”며 “실제로 천일고속은 최근 3년간 배당을 하지 않았으나 차명계좌가 드러난 이후 배당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