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물가, “비싼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입력 2007-06-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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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특정계층 기준시 높지만, 다양한 상품 비교시는 낮아”

최근 발표된 일부 세계 주요도시의 물가수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서울 물가는 선진국과 비슷하거나 이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Business Travel News가 발표한 ‘2007 Corporate Travel Index’에 의하면 서울 체재비(특1급 이상 호텔에서 거주하는 미국인 사업가를 기준으로 1인 하루 숙박비, 식사비, 기타 부대비용(세탁비, 택시비 등)을 합한 비용)는 미화 396달러에 달해 세계 100대 도시(미국 도시 제외)중 8위를 차지했다.

1위는 모스크바이며 런던(2위), 파리(3위) 등이 그 뒤를 이었으며, 동경은 25위에 위치했다.

또 UN이 해외출장자의 실비 정산액을 토대로 산정한 일일 출장수당(DSAR, Daily Subsistence Allowance Rates : 3월 1일)을 보면 서울은 미화 366달러의 높은 수준으로 뉴욕(347달러), 동경(280달러) 등을 상회했다. 인도 방갈로르가 425달러로 가장 높았으며, 런던 415달러, 모스크바 401달러 등으로 400달러가 넘었다.

이 외에 국제 컨설팅업체 Mercer사가 다국적기업의 주재원 생활비 산정 자료로 제공하는 주요도시 물가자료(2006년 3월)에 따르면 서울 물가는 비교대상 도시 144개중 2위에 올랐다. 모스크바가 1위이며, 서울을 이어 동경, 홍콩, 런던 등이 상위에 위치했으며, 뉴욕은 10위에 기록됐다.

그러나 한은은 통계적 포괄범위 및 신뢰성 측면에서 조사기관 중 매우 우수한 OECD는 비교물가수준(CPL, Comparative Price Levels) 측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경우 중하위(medium-low) 그룹에 속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CPL은 OECD 회원국 등을 대상으로 3년마다 GDP와 그 구성요소들의 가격과 물량 자료(3000여개의 대표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을 조사)를 기초로 구매력평가(PPP: Purchasing Power Parities) 환율 및 시장환율을 적용해 작성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비교물가수준은 69(2002년 기준, OECD회원국 평균=100)로 42개국(OECD 비회원국 포함)중 중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OECD는 자체 통계자료를 이용한 국가별 순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않고 다만 4개 그룹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한 OECD가 속보성을 고려해 매달 발표하는 민간소비지출 기준 비교물가수준(미국=100)을 보더라도 우리나라 물가수준은 2002년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회원국(30개)중 순위는 23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02년 68에서 지난해 말에는 95로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일부 특정품목, 그리고 특정 계층의 소비지출 구조를 반영한 우리나라 물가수준은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며 “그러나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할 경우 우리나라 물가수준은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돤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렇게 우리나라의 물가수준이 조사기관, 그리고 대상품목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난다”며 “특정 부문에 치중된 적은 수의 비교대상 품목만을 단순 평균하거나 서비스의 품질차이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체감물가가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특정 소수 계층이 향유 가능한 특급호텔 숙박 및 식사, 골프장 이용, 수입자동차 렌트 등 일부 특정 서비스의 물가수준은 선진국과 비슷하거나 이보다 높은 수준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조사한 ‘2006년 세계 주요도시 생활여건’에 따르면 서울은 ▲특급호텔 요금 세계 10위 ▲쇠고기 세계 2위 ▲골프장 그린피 세계 1위 ▲휘발유 세계 16위다.

한은 관계자는 “이는 선진국의 상위계층이 선호하는 일부 특정 품목 및 서비스 공급이 우리나라 또는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는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어 그 물가수준이 다른 품목 및 서비스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형성도기 때문”이라며 “실례로 UN의 해외출장자는 우리나라에서 경험하였듯이 인도 방갈로르 및 모스크바에서 오히려 여타 선진국에 비해 매우 큰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유럽 소비자의 지출구조를 반영해 조사한 UBS 자료(2006년 4월)에 의하면 서울 물가는 전 세계 대도시 71개중 24위(임대료 포함할 경우 : 16위)로 런던(2위), 취리히(4위), 동경(5위), 뉴욕(7위), 파리(11위), 비엔나(12위)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순위다.

또한 UN이 파견 직원의 소비지출을 반영해 작성하는 소매물가지수(Retail Price Indices, 2006년 12월)도 서울의 경우 173개 도시 중 20위을 차지, 동경(1위), 콩고(2위), 런던(3위), 홍콩(4위), 제네바(7위), 파리(17위) 등보다 물가가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

한은은 또 환율변동에 따른 착시로 인해 서울의 물가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환율은 물가수준의 국가간 비교에 이용될 수밖에 없어 공통화폐(주로 미 달러화)로 환산된 개별국가의 물가수준에 상당히 큰 영향을 주게 된다”며“외국인 체재자의 경우 원화의 미 달러화에 대한 큰 폭 절상 때문에 달러화 기준으로 한국 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02~2006년 중(2001년 기말대비) 우리나라의 대미달러 환율은 42.5% 절상됐는데 이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물가가 5년 동안 그대로 있었더라도 우리나라 물가수준이 미국보다 42.5% 더 비싸졌음을 의미한다.

또 미 달러화의 글로벌 약세에도 불구하고 절상 폭이 크지 않은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물가수준 비교 시에도 환율변동에 따른 착시 현상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2~2006년 중 일본, 대만 및 홍콩은 미 달러화 대비 각각 10.1%, 7.3% 및 0.3% 절상에 그쳤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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