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시대] 터미네이터가 왔다?… ‘일자리 뺏길라’ 불안한 PB

입력 2016-03-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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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에 투자조언까지…로보어드바이저 거래 확대로 ‘증권맨 입지 준다’ 비관론 고개

‘로봇의 습격’을 받은 증권가의 표정이 심상찮다. 로봇이 개별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구성은 물론 성향에 맞춘 투자 조언까지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robo advisor)’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로봇과의 경쟁이 현실로 다가온 증권맨들의 사기는 뚝 떨어졌다.

◇기술과의 싸움… 증권맨 설 자리 좁아져 ‘시무룩’= 일선 영업점 프라이빗뱅커(PB)들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서비스의 확대로 온라인 주식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이미 고객 확보를 위한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들은 자산운용업무가 비대면거래로 확대되면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다.

A 증권사 영업점 PB는 “로봇의 등장은 증권사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이겠지만, 그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한 순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의 등장이 최근 증권사 인력 감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은 증권맨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전체 지점 수는 총 1217개, 전체 임직원 수는 3만6096명으로 나타났다. 3년 전인 2012년 9월 말 현황과 비교하면 지점은 1734개에서 30% 가까이 감소했고, 임직원은 4만3091명에서 7000명 이상 줄어들었다. 증권업계의 업황 부진에 업무 방향성이 점차 온라인 위주로 재편되면서 인력 감축의 칼바람이 몰아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로보어드바이저까지 가세하면 구조조정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 것이란 우려가 크다.

B 증권사 영업점 PB는 “그간 거센 구조조정 한파에도 어렵사리 버텨왔지만, 로보어드바이저가 확산하면 앞으로 사람과의 경쟁이 아닌 기술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새로운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오프라인 영역을 침범하는 온라인의 발달을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살아남기 위한 궁리에 돌입한 이들도 적지 않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앞으로 한동안은 로보어드바이저로 인해 고객이 급격히 줄어드는 일은 없겠지만, 개개인이 로봇과 경쟁할 수 있는 전문성을 키워 미래에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로봇은 보완수단일 뿐… PB 업무영역은 그대로= 로보어드바이저가 가져올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현 시점에서 너무 앞서나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자책이 나왔다고 해서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로보어드바이저와 영업점이 앞으로 각자의 장점을 살린 영역을 구축하며 공존할 것이란 시각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가 입력한 투자 성향 정보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산 운용을 관리하는 서비스로, 빅데이터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기술적인 정량 분석에 특화돼 있을 뿐 정성적인 부분까지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약점이다. 증시 환경에는 기술적 분석을 뛰어넘어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결국 사람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펀드나 랩 등과 같은 신규 투자 상품의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D 증권사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의 도입은 성능 좋은 컴퓨터가 새로 들어온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면서 “PB는 이를 토대로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 상품 선택의 폭을 제공할 수 있어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가 일정 부분 자리 잡은 해외 사례와 달리, PB의 상담과 분석에 익숙한 국내 투자자들의 정서에는 맞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대외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심한 국내 증시에서는 대면거래의 중요성이 꾸준히 강조될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해외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지만, 국내 투자자들에게 정착할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려운 단계”라며 “우리 증시는 데이터화 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증권맨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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