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이세돌을 응원합니다”…인간 영역 넘보는 '알파고'에 거는 딴지

입력 2016-03-08 17:30 수정 2016-03-0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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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로봇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명절 때마다 이따금 특선영화로 방송되는 ‘터미네이터2’를 보면 늘 이런 생각이 듭니다. T-101(아놀드 슈왈제네거 분)은 한낱 기계 덩어리에 불과한데 선과 악을 구분하고, 인류의 운명도 가름합니다. 펄펄 끓는 용광로 속에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돌아올게(i will be back)’를 외치는 게 멋있기까지 하죠. ‘인간을 넘어선 로봇’의 모습에 배가 아프면서도 ‘로봇을 만든 것 또한 인간’이란 사실에 위로를 받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영화 속 이야기라고만 여겼던 로봇과 인간의 싸움이 현실이 됐습니다. ‘바둑신’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내일(9일) 첫 반상 대결을 펼칩니다. 오는 15일까지 진행되는 5차례 대국에서 먼저 3승을 거둔 쪽이 상금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거머쥐게 되죠. 중간에 승부가 가려져도 5국까지 진행됩니다.

이번 대결이 ‘인류를 지켜낼 한판’, ‘운명을 건 승부’란 수식어를 갖는 건 인공지능이 얼마나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봇이 인간을 돕는 보조자를 넘어 인류를 위협하는 파괴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핵심이죠.

“로봇은 완벽할까?”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앞두고 이런 생각하셨을 겁니다. 인간의 영역을 야금야금 침범해 오고 있는 로봇, 그들은 완벽할까요? 딴지를 걸어봐야겠습니다.

최근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시범 운행 중 처음으로 사고를 냈습니다. 도로 배수로에 놓여있던 모래주머니를 발견하고 이를 피해 우회전을 하려다 뒤쪽 옆 차로에서 직진하던 버스와 충돌한 것입니다. AI는 버스가 속도를 줄일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물론 예상은 빗나갔죠.

▲지난달 14일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시범 운행 중 처음으로 사고를 냈습니다.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요? 무인차의 돌발 상황 대처 프로그램을 어떻게 설계할 것이냐를 두고 관련업계가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AP/뉴시스)
▲지난달 14일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시범 운행 중 처음으로 사고를 냈습니다.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요? 무인차의 돌발 상황 대처 프로그램을 어떻게 설계할 것이냐를 두고 관련업계가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AP/뉴시스)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자율주행차의 돌발 상황 대처 프로그램을 어떻게 설계할 것이냐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질문 하나 해보겠습니다.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 5명이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대로 달리면 아이들이 다치고, 핸들을 돌리면 운전자가 위험합니다.

‘남을 죽이느냐, 나(운전자)를 죽이느냐?’ 속에서 만약 여러분이라면 프로그램을 어떻게 설계하실 건가요. 또 로봇은 그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스스로 도덕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요즘 로봇에게 자산관리 받는 분들 많으시죠? ‘로보어드바이저’ 명함을 달고 있는 이들의 성적은 아직까진 꽤 좋습니다. 뉴지스탁과 쿼터백투자자문이 로보어드바이저 통해 제시한 10개 종목의 연초 후 수익률은 6.17%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가 2.03% 손실을 본 것과 비교하면 훌륭하죠.

하지만 속단하긴 이릅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아직 하락장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죠. 로보어드바이저의 전신으로 평가받는 퀀트펀드 수익률 부진이 그 의심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퀀트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직관을 철저히 배제하고 계량분석 기법을 활용해 투자대상을 골라냅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을 판단하죠. 그래서 ‘컴퓨터 펀드’로도 불립니다.

‘컴퓨터=완벽’의 명제가 성립돼야 하지만 퀀트펀드 성적표는 매우 허술합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퀀트펀드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3.50%입니다.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종목을 골라내는 액티브형(국내 주식형) -2.83%보다 더 낮습니다. 2년(-2.93%), 3년(-4.42%), 5년(-8.39%) 수익률도 마찬가지입니다. 유가급락,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국내외 돌발변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컴퓨터보다 인간의 직관이 더 낫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누가 이기든 결국 인류의 승리다.”

‘알파고의 아버지’ 구글 알파벳 에릭 슈미트 회장의 말입니다. ‘로봇을 만든 것 또한 인간이다’란 의미가 담겨있죠. 윤리적 판단을 내리고 직관의 힘을 발휘하는 건 인간의 고유영역입니다. ‘완벽한 판단력’을 가진 이세돌 9단의 승리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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