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의 약값 인하 압박에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약값 인하 캠페인을 주도하면서 제약사들이 판매성장세 둔화에 직면하게 됐다고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중국 각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의료보험기금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기금은 현재 고령화 가속, 암과 당뇨병 환자의 증가에 대처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둔화에 따른 보험료 감소 등으로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어 많은 기금이 환자 보험금 제한을 두고 있다. 이에 각 지방 보건당국과 병원 등이 제약사들과 의약품 가격 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외자투자기업협회 산하 약품연구제조·개발산업위원회(RDPAC)의 조셉 초는 “의료보험기금의 보험료 수입이 보험금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기금은 다양한 방법으로 비용을 낮추려 하고 있으며 의약품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IMS 보건의료정보학연구소(IMS Institute for Healthcare Informatics)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의약품 시장 규모가 1150억 달러(약 139조원)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바클레이스는 지난해 10~11월 중국 의약품시장 매출이 전년보다 1% 감소했다고 추산했다. 이는 2013년 하반기 17% 성장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된다.
그 결과 지난해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아스트라제네카, 미국의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의 중국 판매 성장세가 둔화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 이런 성장둔화가 더욱 뚜렷해졌다. GSK는 이 기간 중국 판매가 전년보다 25% 급감했다. 머크&컴퍼니는 2% 증가로, 1년 전의 13%에서 낮아졌으며 아스트라제네카도 6%에 그쳤다.
대형 제약사들이 압박을 받고 있다는 최신 신호가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또 나타났다. 리빈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 주임은 전날 베이징에서 전인대 기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암치료제 등 5종의 비싼 수입약품에 대해 50% 이상의 가격 인하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리 주임은 이들 약품과 제약사에 대한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