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생각] 우리에게 미래 대비하고 필요한 개혁 해낼 DNA 있나

입력 2016-03-09 10:31 수정 2016-03-0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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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조세재정연구원장

요즘 한창 인기몰이 중인 TV 사극 ‘육룡이 나르샤’는 정도전과 이방원이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의 개국을 놓고 벌이는 흥미진진한 대결로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김재호 교수의 신문 연재 ‘경제학자가 본 한국사’를 보면 새로운 국가의 탄생은 경제적 선택을 제약하는 제도적 환경을 바꿈으로써 경제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조선왕조 개창을 주도한 ‘신흥사대부’가 고려왕조 지배층인 ‘문벌귀족’과 경제적 기반이나 정치적·사상적 지향이 크게 달라, 과전법에 의한 대토지 소유 개혁, 귀족 타파 및 양천제(良賤制)로의 신분제 개편, 능력 본위의 관리 선발인 과거제 강화 및 양반관료제 도입, 농본주의 및 3년마다의 호구조사 등을 통해 경제적 변화를 이끌어내 조선왕조가 518년이나 지속될 기틀을 닦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삼국이 통일된 7세기경 200만 명, 고려 중기인 12세기에 300만 명, 1392년 조선 건국 당시 555만 명으로 삼국통일 후 인구가 2배로 증가하는 데 600년 이상 걸렸는데, 조선 건국 이후에는 1500년에 941만 명, 1600년에 1172만 명으로 불과 200여 년 만에 인구가 2배가 되었다. 경지면적도 1392년 80만 결에서 1406년(태종 6년) 126만 결, 1432년(세종 14년) 171만 결로 40년 만에 2배가 되었다.

한편, 우리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산업화 및 근대화에 실패해 일본 식민지로 전락했으나, 1876년 개항을 한 후 86년이나 지난 1962년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했음에도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1980년대 초에는 높은 물가를 잡고 안정 성장 기조로 경제체질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0월에 발간된 부즈 앨런 해밀턴 보고서에는 한국경제의 문제에 대해 놀랄 만한 연구와 제안이 있었지만 실질적 조치는 취해지지 않아 ‘행동은 없고 말만 무성했다(words without deeds)’고 비판했음에도 우리는 금융·기업·노동·정부의 4대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해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존 미클스웨이트와 에이드리언 울드리지가 쓴 ‘제4의 혁명’을 보면 지금 지구촌의 각국 정부는 자신들이 처한 경제 문제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 개혁은 물론이고 정부 자체를 개혁하고 있다. 스웨덴이나 싱가포르를 롤모델 삼아 국민들에게 더 나은 정부가 되기 위한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2014~2016)’과 노동·공공·교육·금융의 4대 개혁을 추진 중이다. 또 주요 선진국이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국가운용전략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가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대한민국 중장기 경제발전전략’을 발표하고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준비위원회도 ‘미래 이슈 분석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처럼 지금도 우리에게는 국가 전략과 미래 비전을 만들 능력은 충분하고도 넘친다.

문제는 이를 구체화하고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결정과 국민적 합의다. 선조로부터 미래를 대비하고 필요한 개혁을 해낼 DNA를 물려받은 우리는 이념적 갈등과 논쟁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역량을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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