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개혁’ 1순위는 성과중심 문화 정착 = 올해 금융위가 가장 먼저 시행할 거친 개혁은 성과주의 문화 확산이다. 금융위는 금융공기업을 중심으로 성과주의 문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제1차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서 “성과중심 문화가 금융권에 정착되도록 보수·평가·교육·인사·영업방식 등 전 부문에 걸쳐 금융공공기관이 선도하여 마련한 모범사례를 확산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금융공공기관이 올해 예산을 편성할 시 별도 배정한 경영 인센티브 인건비를 성과연봉제 도입 수준에 따라 차등해 집행하기로 했다.
우선 경영 인센티브 인건비의 경우, 보수(5개)·평가(1개) 등 6개 지표를 모두 이행하면 1%의 인상률이 적용된다. 5개 이상일 경우 0.75%, 4개 이상이면 0.5%, 3개 이상이면 0.25%를 인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하나도 이행하지 않은 기관은 인센티브가 없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경영평가에 성과중심 문화를 평가하는 항목을 신설하기로 했다. 총점 100점 중 12점을 성과보수, 인사·평가, 교육·영업 등의 항목에 배정해 성과주의 도입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다.
아울러 성과중심 문화를 조기 이행하는 기관에는 추가 성과급을 지급하는 반면 올해 안에 이를 이행하지 않는 기관은 내년 총인건비를 삭감 또는 동결하기로 했다.
성과중심 문화 이행 수준에 따라 기관별로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면 총인건비 상승률이 1~2%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정책 기조에 맞추어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과 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은 지난 7일 일제히 금융위와 성과중심 문화 확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금융공공기관들이 먼저 성과중심 문화를 받아들이면 시중은행, 보험, 금융투자업계 등 일반 금융권으로 성과중심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업계 전체로 성과중심 문화가 확산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원 임금, 채용, 근무시간 등은 모두 노조와 상의해야 하는 문제”라며 “금융업계 전체로 성과중심 문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 지배구조·금융세제 개선 등 이해관계 조정될까 = 금융위는 또 기존에 마련한 개혁과제들을 올해 안착시키고 지난해 부족하다고 판단한 과제들을 신규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 과정을 투명하게 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을 발표하고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재계의 반발로 시기를 연기했다.
당시 금융위가 마련한 모범규준안에는 금융회사가 최고경영자 및 이사회가 정하는 임원을 추천하기 위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상시 운영해야 하고 임추위에는 충분한 수의 사외이사가 포함돼야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모범규준안이 이사회와 주주총회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임 위원장이 발언한 거친 개혁에 의미가 있다”며 “올해 금융개혁의 방향이 업계의 반발과 노조의 동의, 각 업권별 이해관계 조정 등 업계에서 반발할 수 있는 금융개혁을 추진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추진했으나 더 안착시키고 마무리할 필요가 있는 제도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토록 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계좌이동서비스와 크라우드펀딩 등이 있다. 지난해 도입됐던 제도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국민과 기업의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계좌이동서비스는 계좌통합관리 서비스로 발전돼 자동이체뿐 아니라 오랫동안 쓰지 않은 통장의 잔액도 옮길 수 있게 된다. 또 크라우드펀딩과 기술금융 등 기업자금 조달 서비스도 활성화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단계 금융개혁을 통해 소비자 편익 등을 제고할 수 있었다”며 “진행 중이거나 새롭게 추진하는 방안이 금융현장에 뿌리내리도록 해 금융 신뢰와 개혁 체감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