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의 미국법인장 마이클 혼(54)이 사임한다고 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날 폭스바겐은 성명을 내고 “마이클 혼 미국법인 최고경영자(CEO)가 다른 기회를 찾아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이 발생한 지 6개월 만에 미국법인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지난해 9월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폭스바겐이 수년간 디젤차에서 조작 장치를 달아 대기오염 측정 테스트를 통과해온 사실을 적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그룹 CEO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다수의 고위 임원진이 자리에서 물러날 때도 혼 CEO는 자리를 지켰다. 폭스바겐 측은 이번 사임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상호 간 합의 끝에 내려진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혼이 어려운 시기에 리더십을 발휘해 노력해준 점에 대해 감사한다”고만 전했다.
혼의 사임은 최근 북미지역 신차 판매 감소, 미국 법무부와 독일 검찰 당국이 회사 조사에 착수한 이후 나왔다고 WSJ는 지적했다. 특히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을 비롯해 대규모 소송이 걸려 있는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미국법인 수장이 자리를 비우게 돼 향후 폭스바겐의 조작 스캔들 수습 행보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혼 CEO 사임을 폭스바겐이 사태 해결과 관련해 새롭게 출발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혼은 25년간 폭스바겐에서 근무해온 인물로 지난 2014년부터 미국 법인을 맡았다. 특유의 리더십으로 딜러 사이에서 평판이 좋았으며 특히 이번 조작 스캔들이 발생했을 때 회사의 대변인을 역할을 했다. 혼 CEO는 지난해 10월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그는 지난해 9월 3일 회의가 소집되기 전까지 배출조작 관련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가 회사 차원의 결정이 아니라 일부 엔지니어의 소행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혼 CEO의 빈자리는 최근 북미지역 대표로 선임된 하인리히 웨브켄이 임시로 맡게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