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멀티태스킹, LG 울트라와이드 모니터

입력 2016-03-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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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말이 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뜻이다. 생선도 몸집이 큰 생선이 더 맛있고 비싸게 팔린다. 특히 우리나라는 큰 차와 큰 집에 집착스러울 정도로 애정을 보인다. 사실 나도 그렇다. 기왕이면 큼직하게 제 존재감을 뽐내는 물건에 눈이 가고 마음이 간다. TV나 모니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의 눈과 마음을 푹 담글 수 있을 만한 크고 아름다운 모니터를 준비했다. 올해 리뷰를 진행한 제품 중 가장 크다. 사이즈만 큰 게 아니라 해상도도 엄청나며, 심지어 우아한 곡면이다. 가슴이 떨린다. 일찌감치 안방극장 공략을 위해 TV로 돌풍을 일으키던 곡면 와이드 화면은 이제 모니터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 소개할 LG전자의 21:9 울트라와이드 모니터인 34UC98 모델이 바로 그 예다.

제품 포장에서 모니터를 꺼내면 일단 크기에 놀란다. 아직 전원을 연결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게 과연 내 책상에 올라갈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 본체와 스탠드의 연결을 위한 마운트는 모두 손으로 돌릴 수 있는 나사나 클립 방식이라 별도의 공구 없이 간편하게 설치가 가능하다.

원래 사용하던 27인치 와이드 모니터 자리에 34UC98을 올려놨다. 같은 위치에서는 도저히 한 눈에 화면을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넓다. 차라리 광활하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른다. 21:9 화면비율에 해상도는 3440*1440을 지원한다. WQHD의 해상도로 16:9 비율의 2560*1440와 비교해 훨씬 넓은 가로 비율을 자랑한다.

대형 극장을 가보면 화면이 곡면으로 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눈에 큰 화면을 담기 위해서다. 정상적인 평면 패널에서 34인치 화면은 보통 시야각에 한계가 있다. LG전자의 21:9 울트라와이드 모니터 34UC98 은 대화면을 고려해 곡면으로 시야각을 한층 높였다. 곡률은 기존 모델에 비해 더 최적화되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화면을 바라보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다. 이건 직접 보는 것 말고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왜 제조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곡면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평면 모니터는 화면과 내가 분리된 느낌이었다면, 곡면 모니터는 화면 안에 나를 가두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 만큼 콘텐츠에 빠져들 수 있다.

화면이 크다 보니 시청 위치에 따라 색상 왜곡이나 스크린 가장 자리가 흐릿하거나 번질 수 있다. 이 문제는 광시야각 IPS 패널을 적용해 화면왜곡을 해결했다. 이로써 영화나 게임에 좀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178도의 광시야각 덕분에 어느 각도에서나 선명하고 쨍한 화면을 즐길 수 있다. 사무실 의자 바퀴를 이리 저리 굴려가며 모든 방향에서 확인한 사실이다.

곡면 울트라와이드 화면을 한눈에 담기 위해선 모니터 설치 환경을 사용환경에 따라 최적화 하는것이 필수. 스탠드의 높이 조절은 최대 110mm까지, 틸트 기능을 통해 보다 세밀한 설정이 가능하다. 제품 덩치가 꽤 큼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조절된다. 위, 아래, 위, 위, 아래 부드럽게 자유자재로 높이를 맞춰본다. 힘 들이지 않고 즉각적으로 높이를 바꿀 수 있는 쾌적함에 감탄하면서.

그동안 내가 원하는 화면밝기가 될 때까지 손가락 지문이 없어질 듯 버튼을 눌러 조정했다면, 34UC98은 그럴 필요가 없다. 기존 모니터 설정 화면인 OSD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번거로운 모니터 버튼, 조이스틱 조작 없이 마우스로 간편히 조정가능하다. ‘소프트웨어 컨트롤’기능은 윈도우와 맥 모두 지원한다.

PBP(Picture By Picture) 21:9 비율의 넓은 화면에 2대의 PC화면을 절반씩 띄웠더니 마치 듀얼 모니터를 쓰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심지어 각기 다른 OS를 띄웠다. 게다가 반씩 나눠쓰는데도 해상도가 높다보니 비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놀라운 일이다. 모니터 케이블 변경 없이 OSD 상에서 간단히 좌우 입력 소스를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듀얼PC 컨트롤 기능은 모니터에 연결된 2대의 PC를 하나의 컨트롤러(마우스/키보드)로 사용할 수 있어 멀티 작업을 할때 편리하다.

이 외에도 가독성을 높인 읽기 모드, 영화 관람에 최적화된 영화 모드, 어두운 주변 환경을 고려한 암실 모드, FPS 게임 모드 등 다양한 화면 모드를 제공한다. 각각의 설정에 맞게 화면이 최적화 되기 때문에 알맞게 쓰면 모니터 사용 경험이 훨씬 업그레이드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색약지원 모드는 색상 수정 알고리즘을 적용해 색약자가 특정 색상 범위를 인식할 수 있도록 화면색을 변환해 제공하는 기능이다.

넓은 화면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전략이 필요하다. 익스플로러 창을 띄우고 메일함과 각종 워드, 엑셀창까지 모든 화면이 정신없이 펼쳐 있다면 오히려 큰 화면이 작업 효율성을 떨어트릴 테니까. 화면분할 2.0은 미리 지정된 비율을 제공해 자동으로 화면 크기를 조정해 주는 기능이다.

다양한 분할 화면을 제공하는데 세로로 3분할을 할 경우 웹서핑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16:9 전체 화면에 가까운 비율에 나머지 공간을 비운 4:1은 업무와 메신저를 한화면에 담는데 최적의 비율이다. 최대 4분할이 가능하다.

화면분할기능은 21:9 울트라와이드 모니터에서 물 만난 고기와 같다. 21:9 화면비율이 멀티태스킹에 얼마나 유용한지, 작업효율을 얼마나 높여주는지 아무리 설명해도 부족할 정도다. 단축키로, 그리고 마우스로 바쁘게 창 간 전환을 하던 16:9 모니터와는 차원이 다르다. 비교하자면 5:9의 작업공간을 보너스로 얻은 셈이기 때문. 21:9 화면비율은 3개 이상의 작업창을 한 화면에 띄어놓아도 여유로운 느낌마저 든다. 이것이야말로 우아한 멀티태스킹이 아닌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4:3 비율의 모니터를 썼던 게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엑셀, 인터넷 창 등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화면 모드로 설정할 수 있다. 예를들어 곰플레이어는 영화모드로,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은 암실모드, 애크로뱃리더나 엑셀, 워드 등의 프로그램은 눈의 피로가 적은 리더모드로 미리 설정 가능하다. 특히 리더모드의 경우 블루라이트를 84%나 줄여 편한한 구독 환경을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혼자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데, 21:9 화면비는 극장과 같은 프리미엄 홈시네마 효과를 톡톡히 낸다. 이 화면과 함께 한다면 주말마다 혼자 조조 상영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던 번거로움을 피해갈 수 있겠다. 홈시네마가 무엇인지 몸소 체험하게 된다. 여기에 화면 모드 설정을 ‘영화’로 해두면 완벽하다.

sRGB는 100%를 지원해 색재현율이 매우 훌륭한 편이다. 게다가 공장에서 색교정을 끝낸 후 출고하기 때문에 별도의 비용이나 시간을 들여가며 캘리브레이션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

PC용 DP단자는 물론, HDMI와 맥용 썬더볼트도 지원해 모든 하드웨어 기기와의 호환성을 갖췄다. 썬더볼트 단자가 무려 두 개나 있다는 건 정말 다른 제품에서 찾아 보기 힘든 메리트다.

AMD 프리싱크(FreeSync) 기술로 고해상도 게임시 발생하는 화면이 밀리거나 찢어짐(Tearing) 현상과 버벅거림을 없애 부드러운 화면을 제공. 오플 플랫폼 주사율 기술로 그래픽카드가 모니터의 주사율을 조정해 부드러운 화면을 제공. 엔비디아의 지싱크(G-Sync)는 디스플레이 포트(DP)만 사용 가능한 반면 AMD의 프리싱크는 HDMI도 지원한다.

이 모니터를 이리저리 사용하다보니, 게이머들이 반길 만한 요소가 아주 많다. 다크맵 모드(Black Stabilizer)는 어두운 화면의 명암비를 높여 색감의 차이를 도드라지게 만드는 기능이다 어둠속에 숨은 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 FPS 게임에 특화된 모드다. 게다가 리그오브레전드, 블레이드엔소울 등 21:9 해상도 지원 게임이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던 유저라면 21:9 화면비를 통해 이전에는 미처 한눈에 확인할 수 없었던 숨겨진(?) 적까지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역시 게임은 장비발이다. 넓고 좋은 모니터 하나로 다른 플레이어보다 우위에 서는 치트키 같은 느낌이랄까.

처음엔 매우 크다고 생각했던 34인치의 화면에 익숙해진건 고작 몇 시간만의 일이었다. 중간에 잠깐 본래 쓰던 27인치 모니터 앞에 앉으니 폐소공포증이 올 것 같았다. 사람은 간사해서 아름답고 좋은 것엔 금방 적응하고 마니까. 게다가 끝없이 펼쳐진 창과 멀티태스킹의 공포 속에서 아무리 작업창을 펼쳐놔도 갑갑하지 않던 3440×1440 해상도의 자유가 얼마나 달콤하던지. 하루 중 모니터를 보는 시간이 얼마나 긴지를 생각해본다.

업무의 생산성은 물론이고 게임과 영화를 얼마나 더 알차게 즐길 수 있었는지도 생각해본다. 굳이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스피드와 효율, 재미를 모두 갖췄다고 해두겠다.

그래, 연인의 얼굴보다 오래 바라보는 것이 모니터인데 이 정도는 되어야겠다. 나도 모르게 높은 점수를 매기며 지름신을 맞이하게 되는 그런 제품이었다. 그럼 다들 21:9 울트라와이드 34인치 화면 속 전장에서 다시 만나자. 이 근사한 모니터 속에서의 인생은 언제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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