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거래소 또 ‘낙하산’ 잡음 - 유혜은 자본시장부 기자

입력 2016-03-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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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외부 인사 영입은 필요합니다.”

금융감독원 전직 간부를 신임 임원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져 다시 한 번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국거래소의 속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달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자리에 이은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내정했다는 소문이 일찌감치 나돌았다. 거래소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대외적인 선을 긋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이 전 부원장보의 임원 취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거래소에서는 해마다 인사 관련 잡음이 일었다. 지난해에는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되자마자 금융위원회 출신 인사를 시장감시위원장 자리에 불러들여 빈축을 샀다. 수장인 최경수 이사장 역시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 등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에 박근혜 대선캠프에 몸담은 전력으로 2013년 선출 당시 반발에 부딪혔다.

올해는 오는 5월 김재준 코스닥시장본부장의 2년 임기가 끝나고, 7월에는 강기원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이 3년 임기를 모두 채운다. 9월 중에는 이사장 연임 여부까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느 때보다 인사 관련 홍역이 거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갖은 잡음에도 연내 지주회사 전환에 사활을 건 거래소는 외부 인사 수혈을 통해 힘을 키우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장기간 표류하면서 지주회사 전환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승진으로 임원 자리를 채우면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인사 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한 거래소가 ‘힘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모양새는 자칫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그릇된 의지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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