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비리'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정동화(65)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게 증인 출석을 요청했다. 정 전 부회장을 통해 '성진지오텍' 부실인수 등 각종 의혹을 부인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도형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준양 전 회장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정준양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건설 분야에 대해서는 정동화 전 부회장만큼 잘 알고 있을 사람이 없다"며 정동화 전 부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한 것은 정준양 전 회장 이전에 이구택 회장이 세운 사업 다각화 계획에 따라 전체 그룹 계열사 차원에서 추진한 일이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정준양 전 회장에게 적용된 핵심 혐의 중 일부는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부실인수와 관련돼 있다. 검찰은 정준양 전 회장이 성진지오텍의 인수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함에 따라 회사에 1592억원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정동화 전 부회장이 건설사 사장을 10년 동안 했다는 것은 여기서 처음 듣는다"며 "성진지오텍 인수를 놓고 어떤 협의도 한 바 없고, (정준양 전 회장이) 성진지오텍 증자과정에 포스코건설도 일정 부분 참여하라 지시하니 그대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동화 전 부회장은 수사단계에서 포스코건설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그룹 본사로 흘러들어 갔는지를 밝힐 수 있는 핵심 인물로 꼽혔다. 그러나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되면서 검찰이 핵심 의혹을 파헤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밖에 성진지오텍 인수의 적정성 여부를 검증할 사외이사 2명과 실사를 담당했던 한영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등도 증인으로 신청됐다.
지난 2월 정기인사로 새롭게 사건을 담당하게 된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11일 오후 2시로 잡고 본격적인 공방에 앞서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정준양 전 회장은 성진지오텍 인수 관련 배임 혐의 외에도 포스코 신제강공장 건설 편의를 요청하면서 이상득 전 의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