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공사 소음에 꿀벌 폐사…1700만원 배상 결정

입력 2016-03-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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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환경분쟁조정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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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에서 발생한 발파 소음과 진동으로 인해 인근에서 겨울잠을 자던 꿀벌이 죽은 환경분쟁사건에 대해 1700여만원의 배상 결정이 나왔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농업용 저수지의 둑을 높이기 위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발파소음과 진동으로 인근에서 동면 중이던 양봉벌 폐사 등 피해 배상신청 사건에 대해 그 피해를 인정해 1700여만원을 배상하도록 지난 2월26일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사건은 강원 양양군 현남면에서 양봉하는 A 씨가 인근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진동, 먼지로 인해 양봉 피해를 봤다며,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5억1501만1000원의 피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A 씨는 2011년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귀농해 양봉을 시작했으나, 양봉시설 인근 남서쪽 약 260m 지점의 공사장에서 2014년 8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발파공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진동으로 인해 벌이 죽고, 채취한 꿀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분쟁위는 피신청인 공사장 발파에 따른 소음ㆍ진동(최대소음 67.8dB, 진동속도 평균 0.1cm/sec)이 가축피해 인과관계 검토 기준(소음 60dB, 진동속도 0.02cm/sec)을 초과한 것을 확인했다.

분쟁위는 일정 기준을 넘는 소음과 진동은 날개 진동의 강약으로 의사소통하는 꿀벌의 활동을 방해해 벌꿀의 생산과 산란 등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또한, 벌의 폐사와 벌꿀 생산량 감소 피해에 대한 개연성을 인정했다.

(사진=환경분쟁조정위원회)
(사진=환경분쟁조정위원회)

꿀벌은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날개 진동소리의 강약으로 의사소통하는데, 소음과 진동은 이러한 꿀벌의 의사소통에 장애를 초래한다. 공사장 소음ㆍ진동은 꿀벌의 의사소통 방해뿐만 아니라 산란장애, 호흡장애 등을 일으켜 벌꿀과 화분 생산량 감소, 꿀벌 폐사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소음은 여왕벌의 산란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왕벌은 하루에 2000여개의 알을 낳는데, 산란은 안정된 환경에서 이뤄지며, 지속적인 소음과 진동이 있으면 산란을 중지하고, 장시간 불안정한 환경에 노출되면 여왕페로몬을 이용한 봉군 제어능력이 떨어진다.

그간 분쟁위에서는 공사장 소음ㆍ진동, 도로 차량소음, 공장 대기오염물질 등을 양봉 피해의 원인으로 인정해 배상 결정을 내렸다.

앞서 지난 해 6월 경기 평택시 도로공사장 발파 진동으로 인한 꿀벌들의 월동 실패에 대한 피해를 인정해 배상액 3300만원을 결정하기도 했다.

아울러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확장으로 발생한 교통 소음의 영향으로 인한 꿀벌 폐사 피해를 인정해 70만원의 배상을 결정했다.

같은해 10월 충남 예산군 참숯공장의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양봉피해에 대해 3500만원을 배상토록 했다.

남광희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사업자들은 작은 벌의 존재를 잘 인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음이나 진동에 의한 피해의 가능성을 간과하고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행사는 공사현장 주변의 양봉현황을 파악하고 충분한 피해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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