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로봇 부문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간 인공지능(AI)과 로봇 개발에 공격적인 투자와 열의를 보였던 구글이 핵심 로봇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면서 로봇 개발 거품이 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은 보스턴다이나믹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이 향후 수년 내로 시장성을 갖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재 회사는 인수 협상 대상자를 물색하는 중이다. 현재 인수 후보로는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의 인공지능연구소(TRI)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양사는 관련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1992년 설립된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주로 군사 부문에 로봇을 납품하는 회사로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네발로 걷는 로봇 등으로 보행 로봇 분야에서는 업계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회사다.
구글은 지난 2013년 말 이 회사를 인수했다. 당시 구글은 보스턴다이나믹스를 포함해 10여 개에 가까운 신생 로봇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해당 사업에 대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당시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개발자이자 로봇 사업부를 총괄하는 앤디 루빈은 로봇 사업에 대해 10년 후에나 결실을 볼 법한 ‘문샷(moonshot)’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강한 자신감과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었다. 루빈은 로봇 프로젝트명을 공상과학영화‘블레이드러너(1982)’에서 나오는 복제인간 ‘리플리컨트’에서 착안했다.
그러나 책임자였던 루빈이 지난 2014년 10월 구글을 떠나면서 구글의 로봇 프로젝트 리플리컨트도 공중에 뜨게 됐다. 이에 작년 12월 구글은 리플리컨트를 무인자동차와 구글글래스 등 미래사업부서인 ‘구글 X’로 편입했다고 발표했으나, 보스턴다이나믹스에 대해서는 편입하지 않았고 끝내 매각을 선택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이 매각을 선택한 핵심 원인은 보스턴다이나믹스 임원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와 일본 도쿄에 있는 구글의 다른 로봇 엔지니어들과의 협력을 꺼리면서 경영진끼리 갈등을 빚은 가운데 가까운 장래에 출시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실패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와 구글의 다른 로봇 관련 사업부 사이의 알력 다툼은 지난해 11월 구글의 내부 회의록이 유출돼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가면서 노골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