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검빨, 씽크패드 요가 460

입력 2016-03-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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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빨(검은색+빨간색) 조합은 왠지 모르게 고급스럽다. 라이카 카메라가 그렇고, LG 초콜릿폰도 그랬다. 그리고 검빨하면 빠질 수 없는 제품이 있으니, 바로 씽크패드다. 에디터는 씽크패드 요가 460(이하 요가 460)을 며칠 동안 사용하며 씽크패드가 단순히 이름값 하나로 살아남은 브랜드가 아님을 알았다.

레노버는 2005년 IBM PC사업부를 인수한 뒤 씽크패드 라인업을 꾸준히 출시해왔다. 2012년부터는 스크린이 뒤로 접히는 아이디어패드 요가를 선보이며 레노버만의 색깔을 만들었다. 요가 460은 씽크패드와 요가의 매력이 잘 조합된 노트북이었다. 그 매력을 하나씩 잘근잘근 뜯어보자.

1. 터치가 되니까

에디터는 윈도우10 노트북을 추천할 때 항상 강조하는 게 있다. 웬만하면 터치가 되는 노트북을 살 것. 윈도우10이 터치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제스처로 작동하는 기능이다. 화면 위에서 아래로 끌어내리면 창을 닫거나 분할화면으로 만들 수 있다. 또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밀면 멀티태스킹 화면이 나타난다. 윈도우10은 애초에 태블릿과 경쟁하기 위한 운영체제로 태어났기 때문에 터치가 되지 않는다면 온전히 즐길 수 없는 그런 운영체제다.

가상 키패드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터치를 지원하지 않는 노트북이라면 윈도우10에 포함된 가상 키패드는 전혀 쓸 일이 없다. 또 윈도우10에 기본으로 탑재된 원노트 역시 터치를 할 수 없으면 활용성이 떨어진다. 원노트에서는 펜의 활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터치가 되는 요가 460은 윈도우10의 장점을 잘 살리는 노트북이다. 펜 얘기가 나온 김에 좀 더 이야기해보자.

2. 감초 같은 펜의 존재

요가 460에는 펜이 있다. 2048단계의 필압을 감지하는 와콤 액티브 펜이다. 본체 왼쪽을 보면 숨어있는 펜을 발견할 수 있다.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펜의 그립감은 그리 나쁘지 않다. 펜을 쥐면 위아래로 버튼이 두 개 있는데, 아래는 지우개, 위는 메뉴를 불러오는 기능을 한다. 펜 머리 부분에는 빨간 줄이 하나 그어져있다. 빨간 줄은 아쉽게도 기능이 없다. 빨간 줄이 버튼이거나 지우개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니터와 본체를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필기는 살짝 불편하다. 또 화면이 커서 메모장에 필기를 하는 느낌이 들지도 않는다. 하지만 만약 펜이 없었다면 가끔씩 부족함을 느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요가 460에서 펜은 부족한 2%를 채워주는 것이지 활용성에 날개를 달아주는 엄청난 펜은 아닌 셈이다. 그래도 있으니 좋다. 위에서 말했듯이 원노트에서 만큼은 펜이 중요하니까. 그리고 예술을 할 게 아니라면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3. 여전히 쫀득한 키보드

씽크패드하면 유명한 게 바로 쫀득한 키감이다. 요가 460 역시 키감은 만족스러웠다. 반발력이 적어서 기계식 키보드에서 가능한 구름타법(구름 위를 걷는 것과 같이 가볍게 치는 타법)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타 브랜드에 비해 월등하다는 뜻은 아니다. 

키보드 중간에 있는 트랙포인트, 일명 ‘빨콩’은 여전히 기능적으로나 미적으로 미친 존재감이다. 키보드 아래로는 터치패드, 마우스 버튼 그리고 그 사이에는 휠이 있다. Fn+스페이스바를 누르면 키보드 아래에 있는 조명 밝기가 조절된다. 자동, 끔, 1단계, 2단계까지 입맛대로 조절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에디터는 밤낮없이 2단계로 켜놓고 사용했다. 트랙패드 오른쪽에는 ThinkPad 로고의 i 윗부분이 붉게 빛나고 있다. 아 멋있다.

4. 반으로 접히니까

요가 460은 360도로 접히는 노트북이다. 일반적인 노트북만 써본 사람은 노트북을 접는 게 왜 필요하냐고 묻지만 한번 사용해본 사람은 안다. 생각보다 편하다. 

360도 접는 기능은 이런 순간에 빛을 발한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에게 화면을 보여주고 싶을 때는 키보드와 수평으로 눕히면 된다. 또 360도 회전시켜 태블릿모드를 이용하면 자료를 보여줄 때도 용이하다. 업무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노트북 허리를 접어 A자로 만들면 영화 감상할 때 편한 텐트모드로 변신한다. 그리고 매뉴얼에는 나오지 않지만 에디터가 자주 사용했던 폐인모드가 있다.

책상 끝에 결쳐도 노트북 아래쪽에 미끄럼 방지 고무가 있어서 떨어질 일이 없다. 영화관이 따로 없다. 물아일체, 침대와 한 몸이 된다.

5. 뭐든 다 되니까

요가 460의 성능은 인텔 6세대 i7에 8GB 메모리로 데스크탑 뺨친다. 퍼포먼스 테스트를 위해 윈도우 스토어에서 아스팔트 8: 에어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마치 오브 엠파이어스 3종의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플레이했다. 역시, 조금의 버벅임 없이 쾌적하게 재생된다. 난이도를 한 단계 올려보자. 리그 오브 레전드 역시 데스크탑에서 하는 것처럼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PC방에서나 하던 롤을 이렇게 슬림한 투인원에서 돌리다니. 아, 일하기 싫다. 롤이나 하고 싶… 아닙니다.

에디터는 사실 요즘 기어박스의 영상 편집 꿈나무로 활약(?) 중이다. 짤막한 영상을 기사에 접목하기 위해 편집을 배우는 중인데 요가 460에서 한번 도전해볼까? 프리미어 프로를 설치하고 4K 영상 편집을 시도했는데 무리 없이 영상 편집 작업이 가능했다. 영상 감상용으로 충분하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지. pooq의 초고화질 영상이나 유튜브의 4K 영상 역시 끊김 없이 재생된다. 이 정도의 휴대성과 유연성을 갖춘 기기로 이 정도 성능을 만끽한다는 건 낯선 일이다. 갑자기 지난 1년간 잘 사용해온 내 2 in 1이 오징어로 느껴질 정도.

결론

요가 460을 사용하면서 몇 가지 생각이 바뀌었다. 현재 에디터는 서피스 프로3를 보유하고 있다. 솔직히 그동안 서피스 짱짱맨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요가 460의 14인치 디스플레이가 주는 광활함과 자유자재로 변환하는 모드가 주는 매력 또한 상당하더라.

다시 처음에 언급했던 얘기로 돌아가자. 씽크패드는 이름값만으로 살아남은 노트북이 아니다. 흔히들 중국산을 떠올리면 프리미엄에서 약간 벗어난 느낌을 받지만, 씽크패드는 다르다. 씽크패드를 감싸는 카본 섬유는 우주선이나 값비싼 자동차에 쓰이는 소재로 강하면서도 가볍다.

레노버는 씽크패드 사용자를 오랜 시간 관찰했고 씽크패드가 주로 기업에서 업무용으로 쓰인다는 걸 발견했다. 그런데 개인이 직접 구매한 제품보다 회사에서 지급한 제품은 더 거칠게 쓰는 경향이 있다는 걸 알고 내구성이 강한 카본 소재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마냥 가볍게 만들기 위해서는 플라스틱을 쓰면 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다.

물론 1.8kg은 요즘 유행하는 1kg 미만의 노트북에 비해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요가 460은 매일같이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사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노트북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정도 무게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씽크패드 하면 떠오르는 각진 디자인은 일본식 도시락 상자에서 왔다고 한다. 그게 벌써 25년 전이다. 이제 씽크패드는 노트북 시장에서 한 가지를 끈질기게 만드는 장인처럼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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