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 "개인적인 일로 한화인에 죄송"

입력 2007-06-1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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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에게 이메일 통해 밝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5일 그룹 임직원들에게 "비록 자식사랑 때문이었지만 뒤늦게 뉘우치며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 날 그룹 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한순간 격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무고한 한화가족까지 고통으로 내몰아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 개인적인 일로 임직원 여러분들이 제 개인적인 일로 동요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화를 위해 마지막 힘을 다 쏟아 헌신할 각오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저는 이번 일을 자성의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는 보다 사려 깊고 신중한 한화의 선장으로서 임직원 여러분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함께 호흡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 전문이다.

한화인 여러분께 드리는 글

한화 임직원 여러분!

지금 이순간에도 저의 마음은 텅 빈 듯 허허롭고 무겁기만 합니다. 여러분 또한 크나 큰 상심으로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하 셨습니까.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 할지,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이 글을 띄웁니다.

저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낮은 마음가짐으로 제 자신을 되돌아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그룹의 글로벌 경영을 위해 사활을 걸고 세계 각국을 방문하면서 활기에 넘쳤었는데, 허탈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어리석은 인간이라지만, 이번 사건이 이토록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확대되고 저희 한화인들에게 큰 상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자식사랑 때문이었다는 작은 위안마저도 치졸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뉘우치며 후회하고 있습니다.

한 순간 격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무고한 한화 가족 여러분까지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내몰고 말았으니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창업자이신 선친께는 또 뭐라고 용서를 구해야 할지요. 그룹의 명예를 실추시켜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제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경황이 없긴 하지만, 그룹 소식은 오가는 임직원들을 통해 전해 듣고 있습니다. 중요한 사안들은 나름대로 보고도 받고 있고 각 사 사장단들이 잘 챙기고 있으니, 경영상의 큰 공백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직접 발로 뛰며 챙겨오던 해외사업들이 좌초되진 않을까 큰 걱정입니다.

사방이 가로막힌 이곳에서는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26년간 한화와 함께 했던 수많은 순간들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한화를 이끄는 선장으로서 매 순간 뼈를 깎는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사나운 파도를 헤쳐 왔습니다. 아차 하는 순간에는 깊은 바닷속으로 침몰하거나 암초에 부딪혀 표류하고 말기에, 늘 초조하였고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한화인 여러분!

비록 지금 우리 한화가 큰 시련에 부딪혔지만, 임직원 여러분들이 제 개인적인 일로 동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계시장으로 도약 하고자 하는 한화의 꿈과 도전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저로 인해 한화인들의 의지가 허망하게 꺾여 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임직원 여러분의 마음의 상처가 크겠지만, 하루빨리 상심을 털어 내어 각자의 직분에 최선을 다해 주길 부탁 드립니다.

저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한화를 위해 마지막 힘을 다 쏟아 헌신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것만이 제 개인적으로도 선친 앞에 죄책감을 덜 수 있는 일이고, 한화 임직원 여러분의 상심과 고통에 위로를 드릴 수 있는 일이며, 이번 일로 누를 끼치게 된 모든 분들께 조금이나마 용서를 구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이번 일을 자성의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는 보다 사려 깊고 신중한 한화의 선장으로서 임직원 여러분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함께 호흡해 나갈 것을 약속 드립니다.

또한, 우리 한화인 모두가 년초에 다짐했던 것처럼 신 성장 동력 사업의 지속적인 발굴과 그룹의 하이브리드 인재양성에 전념하는 한편, 향후 5년 내 해외사업 비중을 크게 늘려 명실 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는 꿈을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부디 임직원 여러분 모두 이번 일로 흔들리지 말고,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글로벌 한화의 꿈에 다가서 주길 바랍니다.

이제 그만 고단한 몸과 마음을 누일 시간이군요.

마음의 짐을 벗은 자유로운 몸으로 그리운 여러분들과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고대합니다.

2007년 6월 14일

회장 김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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