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이 주주총회에서 감자 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게 됐으며 현대상선 자구안 이행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18일 오전 9시 현대빌딩 1층 대강당에서 제 40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7대 1 감자안을 총 참석 주식 수의 88%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감자 방법은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및 우선주 7주를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및 우선주 1주로 병합하는 것이다. 감자가 이뤄지면 주식수는 보통주 기준 2억2949만2265주에서 3278만4609주로 축소되며 자본금은 1조2124억원에서 1732억원으로 줄게 된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5월 6일이다.
현대상선이 감자를 선택한 것은 자본잠식으로 인한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서다. 실제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79.8%에 이르며 감자를 단행하지 않으면 2017년 상장될 폐지 가능성이 높다. 실제 현대상선은 자본금 50% 이상 잠식을 이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거래소 매매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자구책을 세우고 있지만 글로벌 해운시장 불황에 따른 운임하락을 극복하지 못하고 주식병합의 아픔을 드려 죄송하다”며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의 예외 없는 동참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주들이 주식병합을 수용하는 상생의 결단을 내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식 병합 건이 용선료협상, 채무조정, 자율협약, 현대증권 자산 매각 등 현대상선의 자구안에 힘을 실어줄 것을 기대한다”며 “회사의 경영정상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날 현대상선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안건을 의결했다. 현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현대상선이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추진하는 데 이사회가 더 중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또 이백훈 현대상선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김정범 비상경영실장(전무)와 김충현 벌크영업총괄 및 재무총괄(상무)를 신규 선임했다. 사외이사로는 전준수 서강대 석좌교수, 허선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김흥걸 사단법인 DMZ문화포럼 이사장, ERIC SING CHI IP 허치슨 포트 홀딩스 사장이 재선임됐다.
이외에도 이사 보수 한도를 70억원에서 35억원으로 대폭 축소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제40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는 원안대로 승인, 우선주 배당률을 액면 기준 연 1% 이상 발생시 이사회가 정하도록 하는 정관변경안도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