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환율전쟁 불 붙여…글로벌 각국 통화 강세에 ‘울상’

입력 2016-03-1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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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중앙은행, 자구책에도 주요 통화 달러대비 강세…통제력에 대한 우려도 커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연준이 환율전쟁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연준의 행보 때문에 자국 통화 강세를 저지하려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자구책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의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또 연준 위원들이 올해 금리인상 전망을 지난해 12월의 4차례에서 2차례로 낮추는 등 다소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연준의 움직임에 이틀째 달러 약세가 이어졌다. 이날 장중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달러스팟인덱스는 1% 이상 빠지면서 8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주요국 통화 가치는 덩달아 올랐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최근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초강수에 나선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이었다. BOJ는 지난 1월 29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등 초강수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은 BOJ가 예상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일본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엔화는 약세로 전환되지 못했다. 달러 대비 엔 가치는 올 들어 8% 올랐다. 특히 이날 장중 달러·엔 환율이 110.67엔까지 추락, 엔화 가치는 지난해 2014년 10월 이후 최고 강세를 기록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간 가운데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BOJ가 환율시장에 개입, 엔화 강세 저지에 나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BOJ보다 앞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유럽중앙은행(ECB)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0일 ECB는 마이너스 예금금리 폭을 확대하고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제로(0%)로 정했다. 하지만 이날 유로화 가치는 전일대비 0.8%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4.2% 상승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이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로 내렸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이날 마이너스 금리 도입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노르웨이 크로네 가치는 달러 대비 1% 올랐다.

이에 WSJ는 지금의 현상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앙은행들이 초저금리 정책에 나서면서 시장 왜곡이 생겼던 것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당국의 정책과 시장 상황의 불일치는 시장에 더 큰 변동성을 야기한다. 심지어 투자자들이 중앙은행들의 다음 조치를 정확히 미리 예견해도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파악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에서 투자금을 빼게 되고, 이는 신흥시장과 원자재시장의 자본이탈로 이어지게 된다.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의 시장 통제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브라이언 데인저필드 RBS 환율전략가는 “중앙은행들이 그들의 정책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매번 무기 상자에서 무기를 하나씩 꺼내다 써서 빈 상자가 되는 일도 머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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