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한계설로 부심하는 애플이 ‘혁신’보다는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애플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본사에서 개최하는 미디어 행사에서 4인치 아이폰인 이른바 ‘아이폰SE’를 공개할 전망이다. 애플은 지난 2007년 아이폰을 처음 도입한 이후 계속 스마트폰의 크기를 키워왔다. 블룸버그통신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이같은 추세에 역행해 이전보다 작은 새 아이폰을 소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전에 애플은 새 아이폰을 소개할 때마다 자사의 팬들을 열광시킬 만한 기술적 혁신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나올 아이폰은 기술 혁신과 제품 성능에 주안점을 둔 것이 아니라 한 손에 딱 들어가는 크기의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수요를 겨냥한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출시된 지 2년이 넘은 아이폰5S와 아이폰5C 등을 아직도 사용하는 고객들의 관심을 자극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간 것과 다름 없다는 평가다.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설립자는 ‘스마트폰은 한 손에 들어와야 한다’는 지론으로 이른바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으로 불리는 대형 스마트폰에는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쿡 CEO는 지난 2014년, 이같은 잡스의 뜻을 깨고 대형 화면의 아이폰6 시리즈를 선보였다. 아이폰6는 대성공을 거뒀지만 애플은 작은 아이폰을 선호하는 고객의 니즈도 여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애플이 이번 1분기에 아이폰 판매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지 2개월 만에 들고 나오는 카드인 만큼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본 애플이 자체 라인업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동안 아이폰 교체주기가 길어지는 건 애플에 부담이었다. 아이패드도 판매가 감소하기 전에 교체주기가 길어지는 문제에 직면했다. RBC캐피털마켓의 애밋 다랴나니 애널리스트는 “아이폰 교체주기가 2년 전의 23개월에서 27개월로 길어졌다”며 “새 아이폰은 3년이 된 5S나 5C를 여전히 가지고 있던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아이폰SE의 미래를 비교적 낙관하고 있다. UBS그룹과 RBC캐피털마켓의 애널리스트들은 아이폰SE 판매가 연간 1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아이폰은 일반적으로 새 제품이 출시되기 전인 4~9월 판매가 부진하기 때문에 아이폰SE가 이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아이폰SE가 기존 4인치와 화면 크기가 같은 대신 더 빠른 프로세서를 채택하고 애플페이 등을 탑재하는 등 아이폰6S와 비슷한 성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색상이 아이폰5C 시리즈처럼 다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편 애플의 이번 미디어 행사는 아이폰 잠금해제 논란 관련 공판이 이뤄지기 하루 전에 개최되기 때문에 쿡 CEO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