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밍 사기 은행 책임 없다' 판결 대법원 확정…은행, 14건 소송 승소

입력 2016-03-22 08:10 수정 2016-03-2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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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파밍(Pharming)’사기 피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파밍사기 피해 소송에 대해 대법원 결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서 피해자들이 금융사를 상대로 낸 또 다른 14건의 소송도 모두 종결돼 은행들은 파밍사기 피해 배상 책임을 면했다.

파밍 사기는 금융거래 고객의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어 가짜 금융사 홈페이지에 연결되도록 유인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가는 범죄를 말한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지난 1월 파밍사기 피해자 이모 씨등 31명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8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사건 1심은 파밍사기에 대해 은행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 결론이 뒤집히면서 금융사들이 승소했고, 대법원 역시 ‘심리불속행’ 판결로 2심 결론을 유지했다.

이날 대법원에 따르면 파밍사기와 관련해 1심이나 2심 선고가 이뤄진 민사소송은 모두 14건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지난 1월 피해자들의 첫 승소 사건이 대법원에서 패소로 확정되면서 모두 항소나 상고를 포기했다. 이 중 2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이었지만, 역시 대법원 패소 확정 판결이 나온 이후 소를 취하하거나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아 종결됐다.

1ㆍ2심 판결이 엇갈린 이유는 파밍사기로 공인인증서가 재발급된 것을 ‘위조’로 볼 것인 지에 관해 다른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 씨 등은 포털 사이트 검색 등을 통해 악성코드가 유인한 가짜 금융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공인인증서 비밀번호와 보안카드 번호 등 각종 금융정보를 입력했고, 사기범들은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아 예금을 인출했다.

1심 재판부는 전자금융거래법에 근거해 금융기관들에 1억9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법에는 ‘접근매체를 위ㆍ변조한 경우 금융기관이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규정이 있는데, 사기로 공인인증서를 재발급한 것을 ‘접근매체 위조’로 본 것이다. 피해자가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금융 기관 웹 사이트로 들어가려다 파밍사이트로 유인당한 경우에는 금융기관이 20%의 책임을, 예외적으로 사기 피해자가 공인인증서가 재발급됐다는 통지를 받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에는 10%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파밍사기로 공인인증서가 재발급된 것은 위조로 볼 수 없다”며 금융기관 책임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파밍사기는 금융기관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전 단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 금융기관이 사실상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봐야 하고, 이 씨 등 원고들 스스로의 사고방지노력이 부족하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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