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애플이 중저가 라인의 공백을 메울 새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
애플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미디어 이벤트를 열어 화면 크기 4인치인 새 스마트폰 ‘아이폰SE’를 공개했다.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이폰SE의 가격은 399달러(약 46만2800원)부터 시작해 현재 아이폰6S보다 250달러 더 저렴하다. 외관은 기존 4인치 모델인 아이폰5S와 흡사하다. 그러나 프로세서는 아이폰6S와 같은 A9 프로세서를 채택했다. 아이폰5S보다 2배 빠르고 그래픽 성능은 3배 더 향상, 후면 카메라는 1200만 화소로 아이폰6S와 같다. 연속 사진으로 동영상과 같은 효과를 내는 ‘라이브 포토’와 모바일 결제 시스템 ‘애플페이’ 사용도 가능하다. 성능을 향상시키면서도 가격을 낮춰 애플이 그동안 취약했던 중저가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셈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중국 샤오미 등 글로벌 스마트폰업계의 가격 압박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우리는 항상 전진하고 혁신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무언가를 하고 있다”며 “이는 애플이 40년간 해온 일”이라고 말했다.
에드워드존스&코의 빌 크레허 선임 기술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아이폰SE는 신흥시장에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저가에 포인트를 맞춰 시장을 장악한 안드로이드 기기에 대항해 애플이 더 나은 포지션을 취할 필요가 있다. 애플은 드디어 효과적으로 이 점을 달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프 블래버 CCS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은 가격을 이날 행사의 주안점으로 뒀다”며 “이전에는 항상 마진을 우선 순위에 뒀지만 이번에는 전 제품에서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오는 24일부터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아이폰SE 예약 주문을 받고 31일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은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애플은 5월 말까지 110개국으로 출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어서 한국 소비자들도 늦어도 3개월 후에는 제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은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 스포츠 가격도 기존보다 50달러 낮췄다. 새로운 태블릿 모델인 9.7인치 아이패드 프로도 선보였다. 새 아이패드 가격도 599달러에 시작해 지난해 출시한 13인치 아이패드 프로보다 200달러 더 싸다. 애플은 또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서 쓰이는 운영체제(OS) iOS의 최신 버전인 iOS9.3도 선보였다. 새 iOS는 시간에 따라 액정 화면을 바꿔주는 ‘나이트 시프트’ 등의 기능이 도입되고 메모장 앱을 사용자 지문과 암호 등으로 여는 등 보안 기능을 강화했다.
한편 팀 쿡 CEO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벌이는 아이폰 잠금해제 논란과 관련해 자사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그는 “정부가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넘어 데이터에 얼마나 접근해야 하는지 나라 전체가 결정해야 한다”며 “애플 기기 수는 10억 대가 넘는다. 우리는 소비자의 데이터와 프라이버스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