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군의 재팬 골프 리뽀또] 미즈노 한국전용 모델이 일본서 출시…골프클럽도 한류 타고 ‘훨훨’

입력 2016-03-22 09:18 수정 2016-03-24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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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즈노가 지난해 초 한국에서 출시된 여성전용모델 라루즈를 4월부터 일본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재팬골프페어에 전시된 미즈노 부스. (오상민 기자 golf5@)
▲일본 미즈노가 지난해 초 한국에서 출시된 여성전용모델 라루즈를 4월부터 일본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재팬골프페어에 전시된 미즈노 부스. (오상민 기자 golf5@)

일본 나고야(名古屋)에서 만난 한 고령의 남성 택시기사 이야기다. 지난 1월 나고야에서 신칸센(新幹線) 이용을 위해 택시를 탄 일이 있다. 흥미로운 건 택시기사의 기자에 대한 반응이다. 기자가 한국인임을 알아본 택시기사는 한국 드라마를 대단히 좋아한다며 호감을 나타냈다.

그는 “매일 밤 한국 드라마를 본다”며 기자도 알지 못하는 한국 드라마 제목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는 흥이 느껴졌다. 편견일 수도 있지만 드라마의 주요 시청자는 여성이라 생각했다. 여성 중에서도 중년 이상의 주부가 아닐까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가 기자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지난해 아내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한국 드라마가 큰 위안이 됐다.” 한국 드라마가 그의 삶의 상당 부분을 바꿔놓은 듯했다. 이젠 그의 삶에서 한국 드라마를 빼놓을 순 없을 것 같다. 그는 기자에게 건넨 껌 한 통으로 반가운 마음을 대신하며 다른 손님을 찾아 떠났다.

일본 곳곳을 취재하다보면 한류에 대한 반응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2002년 ‘겨울연가’로 시작된 일본 내 한국 드라마 열풍은 이제 남녀노소를 불문한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서 자리를 굳힌 것 같다. 국제 정세 속 한ㆍ일 관계는 여전히 ‘가깝고도 먼 나라’다. 하지만 한류는 깊게 패인 양국 감정의 골에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한류의 영향일까. 일본 골프클럽 시장에도 한류의 기운이 탐지되기 시작했다. 한국인만을 위해 제작된 한국전용 모델의 일본 출시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미즈노 라루즈(La Rouge)가 그것이다. 프랑스어로 ‘붉은 립스틱’을 의미하는 라루즈는 레드를 클럽의 메인 컬러로 내세운 한국 여성전용 클럽이다.

내달 일본 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라루즈는 지난해 국내 여성전용 모델로 출시 후 국내 여성 클럽시장 트렌드를 주도했다. 특히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김성령을 CF모델로 등장시키면서 여성 골프클럽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한국시장을 예의주시해온 일본 미즈노 본사는 지난해 말 긴급회의를 열고 한국전용 모델 라루즈의 일본 내 판매를 결정했다.

지난달 재팬골프페어 행사장인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만난 다나카 쇼조 미즈노 골프클럽 기획ㆍ개발 과장은 올해 4월 라루즈의 일본 내 출시가 결정됐다고 귀띔했다. 그는 올해도 미즈노의 주력은 아이언이라고 소개하면서 “이 자리엔 전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한국에서 출시된 여성전용 모델이 오는 4월 일본에서 출시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 여성 골프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다. 게다가 (라루즈는) 새빨간 색상을 메인으로 한 만큼 일본 클럽시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시장에서의 반응을 지켜본 결과 일본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털어놨다.

지금까지 일본 굴지의 골프 브랜드는 한국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전용 모델을 전략적으로 출시해왔다. 고반발 드라이버와 초고가 라인, 금 도장 헤드 드라이버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당연히 일본에는 없는 모델이다.

미즈노 라루즈의 일본 발매 결정은 다각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 여자골프가 세계 최강이라는 점과 승리의 기운을 상징하는 붉은색 색상이 여성 클럽시장 선점이라는 미즈노의 마케팅 전략과 일치했다. 지난해 초 한국 출시와 함께 여성 클럽 트렌드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만큼 일본 내 여성 클럽시장 점유율 기대감도 적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국시장에 대한 신뢰도다. 일본은 과거와 달리 한국시장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골프클럽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 분야에서 그렇다. 한국시장에 대한 인식 변화를 입증하는 단면이다. 폐쇄적으로 알려진 일본시장이 조심스러운 반응을 시작한 셈이다. 이젠 그에 대한 대응법을 우리 스스로 찾아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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