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주주총회 시즌의 막이 올랐다. 올해 주총의 화두는 실적이다. 지난해 업계 호황으로 실적 개선을 이룬 증권사들의 배당잔치는 쏠쏠한 구경거리다. 임기 만료를 맞이한 최고경영자(CEO)들의 연임 여부도 관전포인트다.
◇‘고액배당’ 웃음꽃… 실적개선 효과=올해 증권가 배당잔치에서 가장 돋보이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3일 1주당 400원의 현금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주주들에게 지급하게 될 배당총액은 1206억원으로, 전년(488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NH투자증권의 전신 우리투자증권이 2007년 기록한 1675억원 이후 최대 금액이다. 기업의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지급되는 금액 비율인 배당성향은 56%까지 높아져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셈이다.
현대증권은 올해 1주당 500원의 현금배당을 시행한다. 지난해 50원에서 10배로 뛴 금액이다. 배당총액은 1100억원 규모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었다. 배당성향도 지난해 29%에서 올해 39%로 10%포인트 올랐다. 이 같은 배당 규모 확대는 지난해 당기순이익(2796억원)이 전년보다 647% 급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번 배당으로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은 265억원, 대주주 현대증권은 83억원을 각각 받는다.
미래에셋증권은 1주당 3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100원이던 주당 배당금이 350원으로 늘어나면서 배당총액은 398억원 규모로 전년(41억원) 대비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업계 최대 영업이익을 낸 메리츠종금증권은 배당금을 145원에서 230원으로 높이면서 총 1043억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한다. KDB대우증권도 지난해 250원에서 올해 330원으로 주당 배당금을 늘려 총 1043억원을 배당한다. 이밖에 삼성증권(701억원), 대신증권(366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185억원) 등도 올해 배당금액을 최대 7배 가까이 늘렸다.
한편, 이들의 배당잔치를 구경하는 증권사도 있다. 지난해 123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1주당 70원의 배당을 했지만 올해는 0원이다. SK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대폭 늘었지만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해 2012년 이후 무배당 행진을 이어간다.
◇증권사 수장, ‘장수’ 혹은 ‘쇄신’=24일 나란히 주총을 앞둔 한국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엇갈린 행보를 보여줄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주총에서 유상호 사장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승인한다. 재선임안이 통과되면 유 사장은 9번째 연임에 성공하게 된다. 2007년 ‘증권사 최연소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유 사장은 이변이 없는 한 업계 최장수 CEO 기록을 무리 없이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하이투자증권은 이날 주익수 전 하나금융투자 투자은행(IB) 대표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주익수 체제에 돌입하면서 IB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증권사 10곳이 일제히 주주총회를 연 지난 18일 ‘증권사 슈퍼주총데이’에는 장수 최고경영자가 잇따라 등장했다.
교보증권은 이날 김해준 현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2008년 6월부터 교보증권을 이끈 김 대표의 임기는 네 번째 연임으로 2018년까지 연장됐다. 유상호 사장 못지않은 기록이다.
유진투자증권도 유창수 부회장을 대표이사에 재선임했다. 유 부회장은 2011년부터 이 회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희문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메리츠종금증권을 자기자본수익률(ROE) 1위로 만든 최 대표는 이날 세 번째 연임돼 임기가 2019년까지 연장됐다.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도 두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2012년 대신증권의 수장이 된 나 대표의 임기는 2018년 3월까지다.
그러나 일찌감치 ‘물갈이’를 끝낸 증권사도 적지 않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일 이사회에서 장승철 사장의 후임으로 이진국 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을 선임했다. 신영증권은 지난달 15일 신요환 총괄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하고 원종석 사장과 공동 사장 체제를 구축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주진형 전 대표의 후임으로 여승주 전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