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은의 월드톡] 벨기에 테러, 미리 막을 수 있었다?

입력 2016-03-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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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직후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 앞에서 경찰들이 순찰하고 있는 모습. 사진=AP뉴시스
▲테러 직후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 앞에서 경찰들이 순찰하고 있는 모습. 사진=AP뉴시스

유럽에서 또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한국시간으로는 어제(22일) 오후 5시, 벨기에서는 아침 출근이 한창인 8시에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목숨을 잃은 30여 명이나 되고 다친 사람은 230여 명에 달합니다.

평소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길 지하철역이 피로 물든 ‘테러의 현장’이 됐다고 생각하니 어제 퇴근길 지하철 역에서 순간 오싹함이 밀려왔습니다.

벨기에는 흔히들 ‘유럽의 심장’‘유럽의 수도’라고 말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연합(EU) 본부는 물론 다수의 국제기구 본부가 둥지를 틀고 있기 때문이죠. 그만큼 벨기에가 유럽지역에서 갖는 상징도 큽니다.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테러 대상으로 벨기에를 노린 목적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하지만, 벨기에 당국의 대(對)테러 능력이 도마 에 올랐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테러를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질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측과 비판이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벨기에 당국은 작년 11월 파리 테러 발발 직후 자국에서도 테러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130여 명의 희생자를 낸 파리 테러의 주범 9명 중 4명이 벨기에 국적인데다 테러 직후 도주한 주범 살라 압데슬람 역시 벨기에 출신이어서 벨기에로 도주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기 때문이죠. 문제는 테러 직후 압데슬람이 벨기에와 프랑스 국경 지역에서 검거될 수도 있었던 사실에 있었습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당시 국경 근처에서 벨기에 경찰이 압데슬람이 운전하던 차를 멈춰 세웠는데 질문 몇 마디 던지고 그를 풀어줬다고 지적했습니다. 압데슬람은 파리 테러가 일어나기 전인 2014년 7월부터 벨기에 정보당국의 감시대상자였습니다.

▲작년 11월 파리 테러직후 127일간 도주하던 파리 테러 주범 살라 압데슬람(가운데)이 지난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경찰에 의해 검거되는 모습. 사진=AP뉴시스
▲작년 11월 파리 테러직후 127일간 도주하던 파리 테러 주범 살라 압데슬람(가운데)이 지난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경찰에 의해 검거되는 모습. 사진=AP뉴시스

특히 이번 지하철역 테러가 발생한 말베이크 지역은 EU 본부가 인접한 곳인 동시에 과거 테러 용의자들의 연고지로도 유명한 지역입니다. 충분히 이 지역의 테러 가능성을 미리 점칠 수도 있었죠. 특히 테러 발생 나흘 전인 지난 18일 도주 중이던 압데슬람이 브뤼셀에서 검거됐고, 그의 체포 이후 보복테러 가능성을 언론보도도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벨기에 안보당국이 이러한 테러 위협을 감지 못했을 리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보당국 인력이 태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유럽 내에서 벨기에가 가지는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 전문가들은 최소 750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재 벨기에 안보당국 직원 150명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한 미국 정보당국자는 미국 뉴스웹사이트 더 데일리비스트에 벨기에 안보당국을 “아이들”에 비유하며 그들이 가진 정보가 “완전히 형편없으며 현대 테러에 대응하기에는 너무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테러는 있어서는 절대 안 될 일이죠. 그리고 이러한 테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며 존재의 이유죠. 하지만 이러한 의무를 가진 정부가 무능력해서, 인력이 부족해서 국민을 지키지 못한다면 국민의 안전은 누가 지킬까요. 부디 이번 테러의 화살이 테러와 상관없는 이슬람 지역 출신 난민에게 가지 않기를, 벨기에 정부를 비롯한 각국 정부가 대테러 대책과 능력을 다시 점검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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