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쏜다, 소니 빔프로젝터

입력 2016-03-2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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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생활 9년 하고도 3개월.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나의 관심사는 한군데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 옮겨다녔다.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좋아하고 있는 취미가 단 하나 있다. 바로 영화 감상이다. 사실 영화 감상은 5000만 국민의 취미가 되버린 지 오래. 하지만 나름 영화관 VIP 등급이기에 가짜 취미는 아니지 않나 싶다.

중학생 때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영화잡지 무비위크를 탐독하고 비디오를 빌려봤으니 꽤 오랫동안 영화를 좋아해 온 것 같다. 비디오에서부터 시작해 이제는 주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 그런데 최근 영화관 좌석별로 가격이 오르더라. 몹시 서운하던 찰나 소니 빔프로젝터가 손에 들어왔다. 집을 극장처럼 만들어보겠다는 언젠가의 꿈을 실현해보고 싶었다. 나이스 타이밍! 그런데 이 작은 빔프로젝터로 영화관 느낌을 낼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빔이에요

일단 이 녀석 소개부터 해야겠다. 풀네임은 소니 모바일 프로젝터 MP-CL1(이하 소니 빔프로젝터). 크기를 보면 알겠지만 이 프로젝터는 ‘포터블’ 프로젝터다. 얌전히 집에 두고 쓰는 프로젝터가 아니라는 뜻. 평소에도 들고다니면서 가끔씩 영화를 보는 여유를 가지라는 것이다. 그런 날이 며칠이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너무 걱정말자. 소니 빔프로젝터의 내장배터리 용량은 3,000mAh인데 보조배터리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성이 높다. 역시 투잡이 대세다. 

외형을 살펴보자. 일단 무광 재질은 지문이 잘 묻지 않아 고급스러워보인다. 게다가 메탈이다. 전면에는 빔이 있고 후면에는 스피커가 있다. 그리고 옆을 보면 각종 입출력 단자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충전 단자, 전원 버튼, 메뉴 및 볼륨 조절, HDMI 포트, 이어폰, USB 순이다. 

스펙은 어떨까. 가로 세로 비율은 16:9, 최대화면 크기는 120인치다. 영화보기에는 딱 좋은 비율이다. 크기도 혼자 집에서 사용하기에는 적절한 크기. 3.45m만 확보되면 120인치 화면을 볼 수 있다. 일단 화면 크기는 통과다. 하지만 크기보다 더 중요한 건 선명함. 명암비는 1:80,000 해상도는 와이드HD(1920×720)다. 홈 프로젝터와 비교해보면 당연히 낮지만 포터블 프로젝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성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루멘! 

빔프로젝터를 찾는 사람이 스펙상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게 루멘 아닐까. 라틴어로 빛을 의미하는 루멘은 프로젝터의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미국표준협회(ANSI)에서 빛의 밝기를 측정하는 단위다. 소니 빔프로젝터는 32루멘이다. 다른 홈 프로젝터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어두운 환경에서만 사용한다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소니 빔프로젝터의 프로젝션 기술은 LBS(laser beam scanning)다. LBS는 빨강, 파랑, 초록색의 빛을 조합해 풀컬러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기존 영사기는 면단위로 영사하기 때문에 특정 거리에 맞게 초점을 조절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소니 빔프로젝터는 레이저로 화면 픽셀 하나하나를 구성한다. 덕분에 벽면에 화상을 직접 구현해 거리에 따라 자동으로 초점을 맞추는 오토포커스, 굴곡이 있는 벽면에도 자동으로 모든 면에 정확한 초점을 형성해주는 포커스 프리를 지원할 수 있다.

혼자 사는 남자에게 프로젝터는 사치일까?

에디터에게 영화관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장소다. 시골에서 자란 에디터의 유년기에는 문화 행사를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고, 기분 좀 내고 싶으면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영화관이었다. 그래서 영화관이 주는 사운드와 큰 화면이 주는 몰입감보다는 영화관에 가는 것 자체를 좋아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그동안 빔프로젝터를 사기를 망설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게 값어치를 할까 불안했기 때문이다. 노트북이 있는데 굳이 사는 게 맞는걸까 고민했고, 차라리 TV를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취미란에 ‘영화 감상’이라고 적는 사람이라면 사도 좋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빔프로젝터에 만족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에디터는 세 개의 앱으로 테스트를 했다. 요즘 SKT에서 유승옥과 옥택연을 앞세워 광고하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옥수수, 영상 스트리밍의 강자 pooq 그리고 유튜브. 

사용법에 대해 짧게 설명하겠다.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LG 스마트폰에는 미러캐스트란 이름으로 되어있고, 삼성 스마트폰에는 미러링으로 되어있다. 아쉽게도 아이폰은 무선을 지원하지 않기에 별도의 케이블이 필요하다. 또 HDMI 케이블만 있으면 노트북이나 TV와도 연결 가능하다. 

에디터는 완벽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블루투스 헤드셋을 스마트폰에 페어링 해서 영화를 감상했다. 미러캐스트를 이용하면 빔으로 나오는 영상에 약간의 딜레이가 있다. 엄청 티가 많이 나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영상을 가만히 보다가 보면 ‘어? 약간 안 맞나?’싶은 정도. 무선 헤드셋을 스마트폰과 페어링했기 때문에 사운드가 빔보다 조금 빨랐다. 사운드가 빔이 아닌 스마트폰을 따라가기 때문. 블루투스 헤드셋을 해제하고 프로젝터 자체에 내장된 스피커를 이용하거나 프로젝터에 이어폰을 연결하면 싱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너무 걱정마시길.

조금의 딜레이도 용서할 수 없다면 미러캐스트가 아닌 HDMI 케이블을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흰색 스크린을 따로 구매해야 할까 염려할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 마침 옷장과 벽지가 흰색계열이라 빔을 쏴보았는데, 보는데 불편하지 않았다. 물론 완벽한 극장을 위해서라면 필요하겠지만.

그래서 영화관이 되던가요?

사실 에디터는 집에서 영화를 잘 못 본다. 큰 영화관 화면에 익숙해져서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것에 집중하지 못한다. 계속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그래서 집에서 봤던 영화는 대부분 인상깊지 않게 남았다. 빔프로젝터가 만족스러울까 하는 의구심을 품었다. 빔프로젝트에서 옥수수를 통해 영화 <내부자들>을 플레이했다. 사실 영화관에서 이미 본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몰입이 됐다. 화면이 크고 작고를 떠나서 빔이 주는 그 영화관 같은 느낌 때문에. 아마 대화면 TV였어도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을 것 같다. 쨍하지 않고 선명하지 않은 느낌, 그것 때문에 좋았다.

소형 프로젝터라면 밖에서도 사용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게 소형 프로젝터의 강점이니까. 에디터는 밤 12시에 의자를 들고 옥상에 올라갔다. <무한도전>의 러블리 MC민지의 활약상을 봤다. 아무래도 야외에서는 누군가와 같이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특히 요즘 같은 날씨에는 말이다. 문득 쓸쓸해지며 괜히 하늘로 빔을 쏴보기도 했다. 고담시티의 하늘에 배트맨 로고를 쏘는 고든 청장이 된 기분이다.

결론

포터블 빔프로젝터는 분명 쓸모가 많다. 화질만 따지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만큼 좋지 않다. 하지만 영화는 약간은 흐릿한 그런 느낌으로 보는 것. 본격적인 봄이 되면 한강공원에서 혼자 영화를 틀어놓고 놀아도 괜찮지 않을까. 혹시 아나. 혼자 온 분이 ‘저도 그 영화 좋아하는데’라며 옆자리에 앉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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