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용품 마케팅 50년] 日시장 흥행 위해 한국에서 먼저 출시…미즈노 ‘별난 마케팅’

입력 2016-03-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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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미즈노)
(사진제공=미즈노)

일본 나고야에서 만난 한 고령의 남성 택시기사 이야기다. 지난 1월 나고야에서 신칸센 이용을 위해 택시를 탄 일이 있다. 흥미로운 건 택시기사의 기자에 대한 반응이다. 기자가 한국인임을 알아본 택시기사는 한국 드라마를 대단히 좋아한다며 호감을 나타냈다.

그는 “매일 밤 한국 드라마를 본다”며 기자도 알지 못하는 한국 드라마 제목을 나열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아내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한국 드라마가 큰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가 그의 삶의 상당 부분을 바꿔놓은 듯했다. 2002년 ‘겨울연가’로 시작된 일본 내 한국 드라마 열풍은 이제 남녀노소를 불문한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일본 골프클럽 시장에도 한류의 기운이 탐지되기 시작했다. 한국인만을 위해 제작된 한국 전용 모델의 일본 출시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미즈노 ‘라루즈(La Rouge)’가 바로 그것이다. 프랑스어로 ‘붉은 립스틱’을 의미하는 라루즈는 레드를 클럽의 주 색상으로 내세운 한국 여성 전용 클럽이다. 내달 일본 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라루즈는 지난해 한국에서 국내 여성 클럽시장 트렌드를 주도했다. 특히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김성령을 CF모델로 등장시키면서 여성 골프클럽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다나카 쇼조 미즈노 골프클럽 기획·개발 과장은 “일본은 여성 골프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다. 게다가 (라루즈는) 새빨간 색상을 메인으로 한 만큼 일본 클럽 시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에서의 반응을 지켜본 결과 일본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일본 굴지의 골프 브랜드는 한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전용 모델을 전략적으로 출시해왔다. 고반발 드라이버와 초고가 라인, 금 도장 헤드 드라이버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당연히 일본에는 없는 모델이다.

이 같은 결정은 다각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 여자골프가 세계 최강이라는 점과 승리의 기운을 상징하는 붉은색 색상이 여성 클럽시장 선점이라는 미즈노의 마케팅 전략과 일치했다. 지난해 초 한국 출시와 함께 여성 클럽 트렌드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만큼 일본 내 여성 클럽시장 점유율 기대감도 적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도다. 일본은 과거와 달리 한국 시장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골프클럽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인식 변화를 입증하는 단면이다. 폐쇄적으로 알려진 일본 시장이 조심스러운 반응을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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