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방탄주총 논란…곳곳서 고성ㆍ몸싸움

입력 2016-03-25 12:38 수정 2016-03-2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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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25일 열린 KT의 제34기 정기 주주총회가 직원을 동원한 '방탄주총'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주총장은 출입부터 삼엄했다. 경찰 3개 중대 100여명이 주총장이 개최되는 KT연구개발센터 주변에 배치됐고, KT 보안요원들도 주총장 출입자를 일일이 확인했다.

KT연구개발센터 2층에 자리한 주총장 내부 상황도 비슷했다. 주총장 375석 자리도 모자라 복도까지 참석자들이 늘어섰고, 곳곳에 용역직원과 보안요원이 자리해 감시의 눈을 떼지 않았다. 참석한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KT측에서 직원들을 동원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주주자격으로 참석한 이해관 전 KT새노조 위원장은 "KT에서 직원들을 아침 일찍부터 동원해 주총장 자리를 채웠다"며 "전형적인 방탄주총을 KT가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주총장 뒤로 밀려난 일부 주주들이 황창규 회장을 겨냥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황창규 회장 퇴진하라" 등의 비난 목소리가 거셌다. 황 회장이 주총 안건을 올릴 때마다 앞좌석에 자리한 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동시에 손을 들었고, 주총 안건이 처리될 때마다 고성이 울려퍼졌다. 황 회장도 안건 진행 시간을 제외하고는 상당시간을 고개를 들지 않고 주총을 진행했다.

특히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에 오른 차상균 서울대 전기ㆍ정보공학부 교수에 대해서는 반대 목소리가 컸다. 차 교수가 감사위원으로 있던 2014년에 KT가 진행한 BIT프로젝트가 수 천억원의 손실을 입는 상황에서 방관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황 회장은 "차 교수는 빅데이터로는 국내 최고 전문가로 KT에 도움되는 인물"이라며 안건을 처리했다.

이에 주총장 뒷좌석에 있던 일부 주주가 발언권을 황 회장에게 끊임없이 요구했다. KT 전국민주동지회 이영주 씨는 "당신들 때문에 200명의 직원이 죽고, 8000여명이 이 회사를 떠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총장 내부가 소란스러워지자 황 회장은 "정숙해 달라. 안건과 상관없는 일로 소란을 피우면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겠다"고 경고했다.

일부에서는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한 주주가 앞좌석으로 이동하려고 하자 대기하고 있던 용역직원이 가로막으면서 심한 몸싸움과 고성이 오갔다.

이날 KT주주로 참석한 정 모씨는 KT주총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3년 전부터 KT 주식 2000주를 갖고 있었지만, KT주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 씨는 "비민주적이고 비자본주의적인 주총 현장을 목격한 것 같다"며 "모든 주총 안건이 다양한 주주의 의견보다는 박수로 처리하는 것에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KT에서 미리 짜놓은 듯한 주총을 진행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며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게 무슨 주총이냐"며 꼬집었다.

한편 이날 KT 주총 안건에 상정된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변경이 원안대로 승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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