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아이패드 프로

입력 2016-03-2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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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프로는 첫 등장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12.9인치의 거대한 디스플레이, 만만치 않은 몸값, 애플펜슬과 스마트 키보드라는 낯선 액세서리까지. 씹을 거리가 너무나 충분하지 않은가. 덕분에 많은 뒷담화에 시달렸고,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금 당장 아이패드 프로라는 제품군의 성공 여부를 논하긴 이를 것 같다. 누군가에겐 쓸모있지만, 누군가에겐 지나치게 큰 아이패드일 뿐이다. 게다가 9.7인치로 작아진 아이패드 프로의 2세대 제품이 지금 막 공개된 직후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아이패드 프로 라인업의 가능성을 지켜봐도 좋을 타이밍이란 얘기다.

이 시점에서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애플펜슬이라는 예쁘고 값비싼 스타일러스가 소름끼칠만큼 잘 만들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펜과 아이패드가 찰떡궁합이 되어 만들어내는 일들은 언제나 흥미롭다. 아이패드 프로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전쟁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퍽퍽한(?) 이 업계에서 모처럼 마음이 훈훈해지는 미담이다.

[사진출처=medium.com/@ZoOlson] 

미국에 사는 조이 올슨이라는 15세 여자 아이의 블로그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포스팅 됐다. 본래 1세대 아이패드를 쓰던 이 소녀는 아이패드 프로가 출시되자마자 지름신을 느꼈다고. 물론 어린 소녀가 구입하기엔 제법 값나가는 물건이었지만, 개념있는 조이 올슨은 부모님을 조르지 않고 아기 돌보기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을 구입한다.

[사진출처=medium.com/@ZoOlson] 

그 이후로 이 15세 소녀의 인생은 변하기 시작한다. 꾸준히 그림을 그려 온라인에 게시한 결과 본인의 일러스트로 책을 출판할 기회까지 얻게 된 것이다. 사실 조이 올슨은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본인이 정말 프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어하는지 자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려해도 진짜 페인트 작업은 번거롭고, 와콤의 신티크는 너무 부피가 크고 비쌌다는 것이다. 다양한 앱과 직관적인 사용성을 갖춘 아이패드 프로의 특성이 어린 소녀를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로 만들어주는 마법을 부린 셈이다. 재미있게도 결국 제품 하나가 삶을 바꿨다. 단순한 전자 제품이 사용자가 가진 가능성을 극대화 시켜준 좋은 예다.

덧붙여 말하자면, 이 미담의 끝은 팀 쿡이다. 감동이 들뜬 조이 올슨이 팀 쿡에게 “아이패드 프로가 내 삶을 바꿔놨다”고 메일을 쓰자 “네 스케치는 넘나 훌륭하다”는 짤막한 답장이 온 것이다. 먼 나라에 사는 이 소녀가 앞으로도 훌륭한 작가로 성장하길.

소녀의 블로그에서 그림 그리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퍼왔다. 하나의 일러스트를 완성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경할 수 있는데 상당히 재밌다. 사용한 앱은 Procreate. 나 역시 아이패드 프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드로잉 앱 중 Procreate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제 어서 9.7인치 아이패드 프로를 손에 쥐어보고 싶을 뿐이다. 날씨 좋은 봄날 들고 다니면서 스케치를 할 수 있을 만큼 콤팩트해진 그 제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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