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현장] 두 개의 골프박람회를 보면서

입력 2016-03-2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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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박람회는 봄의 전령사다.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제품 골프클럽이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뜨거운 필드로 안내한다. 골프박람회장에선 개인 장비 점검은 물론 유명 프로골퍼의 레슨 팁, 각종 할인 정보까지 챙길 수 있다. 골프박람회장 한 번만 다녀가도 별도의 라운드 준비는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국내 골프박람회가 진정한 봄의 전령사로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특징을 알 수 없는 두 개의 골프박람회가 매년 비슷한 시기에 열린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20일 대한민국골프대전이 경기 고양시에서 막을 내렸고, 27일에는 한국골프종합전시회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폐막했다. 골프박람회라고는 하지만 신제품을 선보인 메이저 골프 브랜드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대부분 이월상품 처분을 위해 행사장에 부스를 차린다.

이처럼 같은 콘셉트의 두 골프박람회가 비슷한 시기에 나눠 열리는 이유는 공공의 이익보다 사적 이익을 우선한 결과다. 일본은 지난달 도쿄 빅사이트에서 50돌을 맞은 재팬골프페어를 성대하게 치러냈다. 박람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골프 관련 업계가 하나로 똘똘 뭉쳐 동양 최대 골프박람회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참가 업체는 172개사로 지난해(182개사)보다 10개 줄었지만 3일 동안 총 5만5927명이 행사장을 다녀가 지난해 내장객 기록(5만4081명)을 넘어섰다. 오랜 불황 속에서도 오히려 내실 있게 치러낸 셈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적 이익을 억제한 일본 골프업계 관계자들의 단합된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재팬골프페어는 일본골프용품협회가 주최하고 도쿄도와 일본골프협회, 일본골프투어기구(JGTO),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 일본골프저널리스트협회, 일본골프장경영협회 등 17개 관련 단체의 후원으로 열린다. 과거에는 재팬골프페어 외에도 몇몇 크고 작은 골프 박람회가 전국에서 분산 개최됐지만, ‘제대로 된 골프박람회를 만들어 공생·공존하자’라는 골프용품협회의 취지를 받아들여 하나의 골프박람회로 통합·운영하게 됐다. 바로 그것이 재팬골프페어가 장기 불황 속에서도 일본인들의 신뢰를 잃지 않은 원동력이다.

부끄럽지만 우리의 골프박람회를 다시 한 번 돌아보자. 연중 20개 가까운 골프박람회가 전국에서 분산 개최되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박람회는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문제는 시즌 시작 전부터 예산과 인력, 시간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용품 개발과 서비스, 임직원의 복지에 사용돼야 할 소중한 예산과 인력이 불필요하게 소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골프 경기력에서는 이미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이다. 그 덕에 우리의 골프산업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많다. 하지만 국내 골프박람회장을 둘러보면 한결같이 고개를 갸웃할 뿐이다. 공공의 이익이 배제되고 사익만 넘쳐나는 박람회는 우리의 골프 환경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골프박람회가 진정한 봄의 전령사로 자리 잡기 위해선 아직도 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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