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현장 JLPGA] 김하늘, 日서 달라진 위상…편의점서도 ‘으쓱’

입력 2016-03-2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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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사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서 올 시즌 JLPGA 투어 첫 우승이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달성한 김하늘. 그의 위상이 달라졌다. 언론의 반응은 물론 일본 골프팬들의 김하늘을 향한 찬사가 지난해와는 많이 다르다. 이젠 그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는 일만 남은 듯하다.  (사진=연합뉴스)
▲악사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서 올 시즌 JLPGA 투어 첫 우승이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달성한 김하늘. 그의 위상이 달라졌다. 언론의 반응은 물론 일본 골프팬들의 김하늘을 향한 찬사가 지난해와는 많이 다르다. 이젠 그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는 일만 남은 듯하다. (사진=연합뉴스)

‘스마일퀸’ 김하늘(28ㆍ하이트진로)이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판도를 발칵 뒤집었다. 시즌 4개 대회에서 우승 1회 포함, 전부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메르세데스랭킹(올해의 선수) 1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올 시즌 전만 해도 김하늘의 돌풍을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해 JLPGA 투어 데뷔 당시 2011년과 201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왕 출신으로 주목받았지만 투어 판도를 뒤흔들 빼어난 경기력은 선보이지 못했다. 전성기를 훌쩍 넘긴 나이에 뒤늦게 JLPGA 투어에 합류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두 번째 대회 PRGR 레이디스컵부터 시작된 김하늘의 거짓말 같은 선전은 지난해 상금왕 이보미(28ㆍ혼마골프)마저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이보미와의 ‘미니스커트 매치’ 등 그를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올 시즌 JLPGA 투어의 또 다른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

PRGR 레이디스컵 최종 3라운드를 앞둔 지난 12일, 일본의 각 언론사 기자들은 이보미와 김하늘의 챔피언 조 맞대결을 ‘미니스커트 매치’로 표현하며 흥미로운 기사를 쏟아냈다.

악사 레이디스 우승 뒤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의 우승 뒤에는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다. 지난해 9월 먼싱웨어 레이디스 도카이 클래식에서 JLPGA 투어 데뷔 첫 우승 달성 당시 사용했던 오디세이 일자형 퍼터를 다시 사용했다는 점과 두 차례 모두 부모님이 귀국한 직후 우승을 이뤘다는 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의 전지훈련과 휴식, 식사, 마음가짐, 경기 전후 멘트 등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이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김하늘의 미니스커트에 단순 눈요깃거리로 접근하거나 이보미의 대항마정도로 생각하는 기자들이 많았던 것 같다. 김하늘이란 이름 앞뒤엔 늘 ‘미니스커트’가 수식어처럼 따라다녔고, 이보미와 건국대 동기동창이란 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랬던 김하늘이 이젠 이보미 부럽지 않은 스타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PRGR 레이디스컵과 티포인트 레이디스 1ㆍ2라운드에서 선두를 지키다 최종 3라운드 뒷심 부족으로 우승을 놓쳤지만 그의 밝은 미소와 무궁무진한 잠재력에 찬사를 보내는 골프팬이 많다.

지난해와 달라진 위상은 김하늘 스스로도 체감하는 듯하다. 김하늘은 악사 레이디스 대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편의점에서 쇼핑할 때도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건네는 (일본)팬들이 많아졌다”며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대회를 치를수록 늘어나는 갤러리는 김하늘에 대한 인기를 짐작케 한다. J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긴 지난해는 그저 ‘한국에서 온 무명 골퍼’에 불과했다. 팬클럽, 구름관중은 고사하고 응원의 목소리도 듣기 어려웠다. 한때 KLPGA 투어 흥행 주역이던 그로서는 자존심에 손상이 가는 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그렇게 쓰디쓴 1년을 견뎌낸 그에게 찬사를 보내는 일본팬이 많다.

김하늘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은 힘으로 작용한다. 김하늘은 KLPGA 투어 데뷔 전부터 스타 기질이 다분했다. 갤러리가 많을수록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 만큼 큰 대회, 큰 무대에서 강했다. 결국 지금의 ‘김하늘 무드’는 올 시즌 김하늘의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한 가지 일본 기자들의 ‘(상금)여왕 후보군’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요즘 일본 기자들 사이에서 화제의 중심은 단연 김하늘이다. 특히 변화된 ‘여왕 후보군’에 김하늘을 새롭게 추가시킨 기자들이 많다. ‘여왕 후보군’은 기자마다 관점이 다르지만 대체로 외국인에겐 인색한 점수를 준다. 개막 이후 4개 대회를 치르면서 드러난 ‘여왕 후보군’은 이보미와 테레사 루(대만), 와타나베 아야카, 요시다 유미코(이상 일본) 등에 김하늘이 새롭게 합류한 양상이다.

올 시즌 JLPGA 투어에서 김하늘만큼 안정된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선수는 없다. 특히 3개 대회 연속 1ㆍ2라운드 선두는 JLPGA 투어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진기록이다. 88년생 동갑내기 이보미, 신지애(28ㆍ스리본드)의 그늘에게 와신상담하며 이룬 값진 결실이다. 이제 그에게 남은 과제는 일본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영리하게 즐기는 일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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