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조 적자 대우조선, 주총은 20분만에 '끝'

입력 2016-03-30 16:05 수정 2016-03-3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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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조원(2013~2014년 미반영분 포함)이 넘는 손실을 낸 대우조선해양 주주총회를 보면서 주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직원들로 가득했던 주총장은 시작 30분부터 어수선함 없이 도서관처럼 정숙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너무나 조용했던 탓인지 ‘주총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주주가 맞는지’ 묻는 일부 주주들의 의문에 대우조선해양 측은 “직원들도 회사의 주식을 가진 주주”라는 답변을 했다. 여느 회사의 주총과 달리 건물 입구나 대우조선해양 본사 17층 주총장에 주주임을 확인하고 입장하는 개인 주주들의 행렬은 볼 수 없었다. 취재차 여러 회사의 주총장을 다녀본 기자로서는 좀 낯설었다.

주총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성립 사장이 영업보고를 하려고 하자 한 주주는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회사 측에서 미리 나눠준 자료로 영업보고를 갈음하자”는 발언을 했고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 각 의안이 상정될 때 마다 회사 측의 제안대로 승인하자는 주주들의 발언이 나왔다. 개회선언부터 4개의 안건이 모두 통과될 때 까지는 불과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5조원의 손실을 내고, 올해에 아직 단 한 건의 수주도 하지 못했으며 회계상의 손실을 잘못 반영해 2013~2014년 2년간 미반영했던 2조원 규모의 손실을 재무제표에 수정 반영해야 한다는 회계법인의 정정요구까지 받은 회사의 주총으로서는 너무 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는 31.5% 지분을 가진 한국산업은행이다. 소액주주 비율은 48.7%에 달한다. 더구나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분식회계 책임을 묻겠다며 단체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날 주총 직후 정성립 사장은 주총이 예상보다 빨리 끝났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언론에서 저희 내용을 상세히 보도해 주셔서 주주들께서 저희 의사 내용에 대해 이미 다 숙지하고 계셔서 더 이상 의문사항은 없으신걸로 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쓴 추가경정예산은 21조원이다. 한 회사가 1년에 추경예산의 1/4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은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는 곳이다. 48%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이 의문사항이 없을 것이란 정 사장의 발언이 조선업 불황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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