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둘러보면 모두가 내 것

입력 2016-03-3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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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이제 봄이다. 나비가 창을 두드리던 지난주, 두 평도 채 안 되는 텃밭을 갈아엎었다. 매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을 테지만 작년과 올해 봄은 유난히 가슴에 와 닿았다. 연구소를 1년 전 양평으로 옮긴 탓일 게다. 사는 집이야 아내에게 결정권을 주지만 사무실은 자연 가까이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출·퇴근을 어떻게 거꾸로 하느냐며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은 후회가 전혀 없다.

매일 출·퇴근을 하며 산과 강, 숲, 꽃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새싹이 돋아나는 3월을 지나 꽃 피는 4월, 꽃비를 맞으며 출근할 때는 ‘황홀’이 온몸으로 전해져왔다. 매일 같은 길로 출·퇴근을 하지만 매번 같은 길이 아니다. 철마다 변하는 그 풍광에 취해 연신 감탄하는 나를 보며 아내는 웃었다. 처음에는 연구소 이전을 반대하던 아내도 이제는 그 즐거움을 안다. 미세먼지와 황사로 부옇던 시야가 비 온 뒤 찬란한 햇빛으로 선명하게 살아나면 얼마나 기쁜지….

가깝고 먼 산들이 양수리의 물안개와 함께 만들어내는 그림은 한 폭의 동양화다. 석양도 예쁘지만 날이 어두워지면서 산과 하늘이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과 하나 둘씩 불을 밝히는 별은 또 얼마나 예쁜지…. 솔냄새와 풀냄새, 맑은 공기도 좋지만 차지도 덥지도 않은 바람이 내 몸을 스칠 때의 그 보드라운 촉감이란!

내가 연구소를 양평으로 옮기기 전에도 산과 강과 나무들은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내가 관심이 없었고 눈길을 주지 않았을 뿐이다. 도회지의 삶이 주는 편리함과 풍요로움도 크다. 하지만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자연이 주는 행복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누가 많이 가진다고 해서 내가 즐길 수 없는 것도 아니고 내가 계속 누린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넓은 집이나 좋은 차만 재산이 아니다. 굳이 내가 소유하지 않아도 향유할 수 있는 자연은 최고의 재산이고 가족 자원이다.

굳이 가족들과 멀리 떠나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꽃을 볼 수 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산수유꽃이나 목련꽃, 벚꽃, 누군가 가로수로 잘 가꾸어 놓은 소나무 한 그루도 눈도장을 찍어 놓으면 내 것이다. 집 근처 공원이나 놀이터도 가족들과 자주 이용하면 우리 가족의 재산이 되는 것이다.

와인이나 커피 종류, 영어 한 마디를 모르면 무식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꽃이 피었을 때가 아니면 그게 목련나무인지 벚나무인지 모르는 나 역시 무식한 것이 아닐까. 고추가 열리기 전이나 감자를 캐기 전에는 그게 감자인지 고추인지 잘 몰랐다. 물만 잘 주어도 귀한 양식을 선물하는 그들에 대한 예의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과 자주 눈을 맞출 생각이다. 그리고 마음과 귀를 열고 먼저 다가가 악수라도 청해야겠다.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 컴퓨터나 이어폰에서 눈과 귀를 떼고 꽃과 봄 햇살, 하늘과 바람, 새와 나비를 만나기 위해 가족들과 잠시 밖으로 나가 보자. 자연과 접촉하고 만나는 우리 가족만의 시간을 만들어 보면 걱정과 스트레스, 불안이 사라지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열고 둘러보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내 것인 2016년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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