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신흥국 투자 귀재로 불리는 마크 모비우스(79) 템플턴자산운용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이 그간 맡아왔던 최고투자책임자(CIO) 업무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고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사실상 신흥국 투자를 이끌어왔던 투자의 귀재 모비우스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비우스는 투자업무과 경영 일선에서 내려오는 대신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대신 스티븐 도버가 CIO 자리를 맡게 된다. 모비우스는 작년 7월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그는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최근 몇 년간 부진했던 신흥시장 중 어떤 국가에 투자 기회가 떠오르고 있는지 등 신흥국 전망에 대한 견해를 계속 내놓을 생각이다. 모비우스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내 최우선 순위는 투자자들이 다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신흥시장을 강력히 미는 것”이라면서 “최근 신흥국 시장이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모비우스는 보스턴대 학사와 석사를 거쳐 1964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개발도상국 부문 연구로 박사 학위를 땄다. 이후 화장품업체 에이본 등 기업의 마케팅을 위한 현장 연구원으로 일하다 1987년 템플턴이 입사해 개발도상국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개척을 주도했다. 당시만 해도 개발도상국에 투자하는 것은 월가에서 생소한 개념이었다. 모비우스는 지난 40년간 개발도상국에 투자를 해오면서 성장가능성에 비해 저평가된 관련주 발굴로 월가에서 명성을 쌓았다. 특히 40년간 매년 전년보다 더 나은 투자성적을 내놓으면서 신흥국 투자의 귀재로 불리게 됐다. 싱가포르 소재의 ING그룹 팀 콘든 아시아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마크 모비우스는 금융분야의 거인”이라면서 “그는 신흥시장 자산을 창조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신흥국의 침체와 원자재와 광산업체 투자 타이밍 예측이 빗나가면서 손실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실제로 그가 이끄는 44억 달러 규모의 템플턴아시아그로스펀드는 지난해 27% 손실을 기록했다.
모비우스 후임자로 지목된 도버는 내달 15일부터 템플턴의 CIO로서 모비우스의 업무 일부를 책임지게 된다. 도버는 20년간 신흥시장 투자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현재 프랭클린로컬애셋매니지먼트에서 CIO로서 브라질에서부터 중국, 폴란드,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14개국 투자 상품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템플턴 CIO를 맡은 후에도 프랭클린의 CIO 직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