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소설가 이순원 찾은 女女대결 서초갑 현장

입력 2016-04-04 14:33 수정 2016-04-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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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후보의 ‘경제법치’ 정치신인의 ‘통섭경제’…시작은 ‘손잡기’

작가로서 참 오랜만에 총선 선거운동 현장에 나가 보았다. 이번 20대 총선은 야당의 자폭식 분당과 여당의 막장 드라마 같은 공천 마무리 과정을 보면 거기에 분명 어떤 이슈가 뒤따를 법한데, 막상 판이 벌어지자 특별한 이슈도 없고, 그렇다고 각 당마다의 특별한 공약도 없는 듯하다.

그러나 그건 지켜보는 관전자의 입장이고, 막상 선거를 치르는 사람들은 당대 당의 특별한 이슈가 있든 없든 죽기 살기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선거운동 3일째 되는 날, 새누리당 이혜훈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두 여성 후보와 이한준 국민의당 후보가 맞붙는 서초갑 선거운동 현장을 미리 나와 있는 여론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이혜훈 후보와 이정근 후보 중심으로 둘러보았다.

먼저 이곳의 지역적 특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88년 강남구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서초구는 그해 치러진 13대 선거에서 무소속의 박찬종, 야당인 통일민주당의 김덕룡 의원이 선출되었다. 1992년에 치러진 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서초구는 여당과 야당 의원 1명씩을 배출했다. 그리고 16대 국회의원 선거부터는 서초갑도 을도 여당 의원만 줄곧 당선되어 여당의 ‘강남3대장’, ‘강남 콘크리트 지지’라는 말을 들어왔다.

▲이혜훈 새누리당 후보가 2일 오후 서초구 반포동 푸른어린이공원에서 시민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이혜훈 새누리당 후보가 2일 오후 서초구 반포동 푸른어린이공원에서 시민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4월 2일 토요일 오후 1시, 반포동 푸른공원. 날씨는 구름 적당히 낀 가운데 영상 20도. 바람도 불지 않고 활동하기 딱 좋은 날씨다. 공원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푸른공원 안에 ‘별별 것을 다 나누는 녹색장터’를 열고 있다. 50명쯤 되는 주민들이 나와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잘 세탁하여 손질한 옷과 다 읽은 책, 장난감, 여유분의 살림살이 도구 같은 것을 내다 놓고 1000원에서부터 1만원 사이로 물건을 팔고 있다. 어른들도 있고, 자기가 쓰던 물건을 들고 나온 아이들도 많다.

그곳을 새누리당 이혜훈 후보가 찾았다. 문득 올림픽의 태권도 종목이 떠올랐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초기엔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기보다 한국 국가대표 되기가 더 어렵다고 하지 않았던가. 얼마 전 이혜훈 후보는 조윤선 경쟁자와 새누리당 내에서 가장 힘든 경선을 거쳐 이곳 후보로 확정되었다. 17, 18대 이 지역 의원이었지만 19대 때는 낙천되어 4년간의 공백이 있었다. 그런데도 내부경선 분위기상 ‘관권 선거’ 같은 불리함 속에서도 막강한 상대를 물리치고 이 지역 후보로 권토중래했다.

녹색장터의 돗자리를 하나하나 둘러보는 걸음이 정치인으로서의 내공보다 선거운동을 많이 해본 경험자로서의 익숙함이 느껴진다.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부드럽게 다가가 눈부터 맞춘다. 큰 돗자리 경우에는 신발을 벗고 그 위로 다가가 물건을 구경하고 악수를 나누고 아이들을 껴안고 꼭 덕담과 격려의 말을 전한다. 너무도 익숙해 정치인으로 보이지 않고 알뜰매장을 찾은 동네 어른 같은 모습이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경제통으로 불리는 사람. 표적 낙천으로 지역구를 잃었던 지난 4년 동안에도 이곳을 이렇게 관리해왔다고 수행비서가 귀띔을 한다.

한 바퀴 장터를 둘러보는 모습 속에 선거에 임하는 각오 역시 이미 본 듯하여 당선이 된다면 20대 국회에서 어떤 몫을 하고 싶냐고 한 발 더 나가서 물었다.

“경제법치에 앞장서고 싶어요.” 경제법치라. 너무도 당연하지만, 쉽게 들을 수 있는 용어가 아니다. “이미 제도는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데 운영을 제대로 못해 흐트러져 있는 부분이거든요.” 애초 원조 친박이었음에도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것도 본인이 생각하는 경제법치 실현에 대한 문제였던 듯했다.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날 오후 서초구 방배동 뒷벌공원에서 시민들과 인사하며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날 오후 서초구 방배동 뒷벌공원에서 시민들과 인사하며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같은 날 오후 3시. 한낮보다 구름 조금 더 끼고 기온도 1도 더 올라갔다. 장소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방배동 카페골목 끝 뒷벌공원.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나와 있었다. 나이 든 어른들은 게이트볼을 하고 청년들은 길거리 농구를 하고, 아이들은 뛰어 놀고 신혼부부는 어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하며 휴일 오후를 즐긴다.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후보가 주민들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명함을 건네며 후보 알리기와 지지 부탁을 동시에 하고 있다. 그동안 방송작가와 방송진행자로, 또 홍보 전문회사인 밈코리아 대표이사로 활동하다가 더불어민주당의 외부인재 영입 케이스로 새누리당 강세 지역에 뛰어든 당찬 정치 신인이다. 후보의 뒤를 따르는 수행비서에게 운동 중 별다른 어려움이 없느냐고 묻자 동네가 점잖고 차분한 분위기여서 주민들도 이쪽에서 진심으로 다가가는 자세만큼 친화적 태도로 마음을 연다고 했다.

이정근 후보가 철봉대 옆을 지날 때 아이들이 “이렇게 해보세요” 하고 자기들처럼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보라고 했다. 이 후보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능숙한 솜씨로 무릎을 철봉에 감아 공중에 매달린 자세를 취하자 아이들이 박수를 치고 엄마들도 후보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듯 놀라워했다. 역시 도전자다운 당찬 태도다.

이제까지 다른 사람 선거에 홍보 지원만 하다가 막상 자기 선거에 뛰어든 각오에 대해 묻자 “그간 언론, 교육, 경제 쪽의 다양한 경험을 살려 규범과 수치로 대변하는 경제가 아니라 경제와 인문학이 융합된 통섭경제로 보다 더 따뜻한 휴먼 서초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국민의당 이한준 후보와의 연대에 대해 묻자 절실히 원한다고 말하고, 이쪽의 뜻을 잘 알리고 또 저쪽의 뜻을 들어 협의하고 싶다고 했으나 아직 본격적인 접촉은 없는 듯했다.

잠시 후 그는 유세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그동안 서초갑 지역에서 한 정당이 국회의원직을 독식해 왔다며 이제 새로운 인물이 새로운 서초, 변화된 서초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선거 로고송이 흘러나오자 잠시 전 철봉에 함께 매달렸던 아이들이 우르르 차량 위로 올라가 후보와 함께 춤을 추었다. 이혜훈 후보 역시 그랬듯 아이들과의 친화력이 주민과의 친화력이다.

이날 이혜훈 후보에겐 ‘경제법치’, 이정근 후보로부터는 ‘통섭경제’, 선거운동 현장에서 참 좋은 말을 들었다. 결과는 이제 9일 후에 나온다. 힘든 나날일 것이다. 그러나 모두 선거운동 기간 중 건강 잘 챙기시길. 당락을 떠나 정치 일선에 있는 당신들의 건강도 국민의 재산이다. 그래야 건강하게 국민의 재산과 권리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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