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로 재정난이 심각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건국 이래 최대의 경제 개혁에 나선다고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보조금 삭감을 가속화하는 것과 동시에 과세를 강화해 저유가로 인한 고통 분담을 국민 전체로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세수를 연간 1000억 달러 늘린다는 계획이다.
사우디의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모하메드 빈 살만(30) 왕자는 지난주 5시간에 걸친 블룸버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까지 비(非)석유 소득을 3배로 늘려 1000억 달러(약 114조9000억원)를 확보해 재정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하메드 왕자는 “소득을 창출하는 일부분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의 예비 예산서에 따르면 지난해 비석유 소득은 전년대비 35% 늘어난 4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살만 부왕세자는 당국이 부가가치세(VAT) 부과, 사치품은 물론 에너지와 설탕 음료 등에 과세하는 등 각종 보조금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모하메드 왕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VAT로는 2020년까지 100억 달러를, 각종 보조금 구조개혁을 통해서는 300억 달러의 소득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의 영주권 제도 그린카드와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해 자국 기업들의 해외 노동자 고용에 대한 제한을 풀어 법적 허용 범위를 넘은 외국인 고용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해 연간 100억 달러 세수를 늘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또한 사우디 국영 에너지회사인 아람코를 상장해 이를 통해 조달된 자금으로 국부펀드를 세계 최대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도 포함된다. 이는 향후 20년 내로 에너지 관련 소득보다 투자 수익에 의존하겠다는 의미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또한 사우디 정부가 올해 연말께 달러화 채권을 최초로 판매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적했다.
이러한 계획이 현실화한다면 80년 전 사우디에서 처음으로 석유가 발견된 이래 가장 큰 급진적 변화가 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그간 사우디 왕정은 재원 다양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재원 다양화를 위한 급진적인 변화가 자칫 보수성 짙은 사우디 민심이 동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에 모하메드 부왕세자의 계획이 다른 왕족들에 가로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청년 실업률은 가파르게 오르고 올해 사우디 경제성장률은 2009년 이후 최악인 1.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사우디에는 소득세가 없다. 사우디 정부는 연료세와 유틸리티 관련 세금을 지난해 말 최대 50%까지 올렸다. 하지만 석유값의 경우 여전히 쿠웨이트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