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 옷’ 꼬리표 떨어지나…유니클로, 가격 인상했다가 된서리

입력 2016-04-05 09:26 수정 2016-04-0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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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 옷’으로 불려온 캐주얼 브랜드 유니클로가 가격 인상의 역풍을 제대로 맞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3월 일본 내 기존점 고객 수가 전년 대비 8.6% 감소했다고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이 발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0.3% 감소해 3개월 만에 전년 실적을 밑돌게 됐다.

회사는 2월 초부터 주력 상품을 중심으로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여기에 주말 특가 정책으로 구매 요일별 가격이 급변하는 것에 대한 고객 불만을 줄이고자 일부 상품에 한해 세일 빈도를 줄이는 대신 상시 할인으로 전략을 바꿨다. 가격 인하를 알리는 전단지 배포 등 대대적 홍보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친 큰 폭의 가격 인상 후유증이 큰 탓에 ‘저가’라는 이미지를 회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이 가격 인하를 결정한 건 지난 1월 말. 상품 태그에 표시된 가격은 그대로 남겨두되 더 인하된 가격에 제품을 팔았다. 상품 태그와 실제 가격 차이에 소비자가 혼동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었지만, 회사가 이처럼 할인 정책을 서두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유니클로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변동 등을 이유로 2014년 추동 신상품을 5% 안팎, 2015년에도 추동 용품을 10% 내외로 2년 연속 가격을 끌어올렸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이때부터 고객 이탈이 시작된 것.

그간 유니클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저가에 양질의 옷을 살 수 있다는 신뢰를 구축했고, 그 결과 ‘일본 국민 옷’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됐다. 그러나 고객의 믿음을 저버리고 가격 인상을 단행하자 고객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섣부른 가격 전략 전환이 회사에 역풍이 된 것이다. 그 결과 작년 9월부터 3월까지 일본 매장 고객 수와 매출 모두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4월 이후 1년간 일본 내 매장 고객 수가 전년 실적을 웃돈 것은 단 세 차례에 그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니클로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야나이 회장은 지난해 말 “현 상황을 좋게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으며 2월 초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가격 인하 카드가 등 돌린 고객의 마음을 되찾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상품 인하와 함께 신상품에 대한 기능과 디자인 등 품질 향상에 대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가격 인상을 검토할 당시 기능과 디자인 등 부가가치를 높였더라면 가격이 올랐어도 고객 이탈이 이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가격만 올랐을 뿐 제품의 질이나 기능은 그대로인 탓에 고객이 줄었다는 것이다.

한편 유니클로가 가격 인상 전략 역풍에 고전하는 동안 라이벌은 반사익을 누렸다. 전날 일본 의류업체 시마무라는 3월 점포 매출이 11.8%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마무라의 제품 당 단가는 평균 900엔(약 9300원) 이하로 저렴하다. 올해 임금 인상이 저조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며 앞으로도 저렴한 의류 상품이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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