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벤츠를 왜 타시나요

입력 2016-04-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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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연식은 좀 됐어도 삼각별이믄 어딜 가도 대접받을 끼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대한 검찰과 국세청, 금융감독원의 조사와 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영화 ‘황제를 위하여’ 속 대사 한마디가 떠올랐다. 우리 사회가 ‘부의 상징’이자 ‘성공의 척도’로 삼는 벤츠에 대한 열망이 이 대사 한마디에 고스란히 담긴 듯싶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 지 13년 만에 초유의 위기에 빠졌다고 한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이 불법 행위로 검찰 조사를 받고, 법인은 국세청으로부터 유례없이 500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추징받았다. 게다가 금감원이 고객정보 보호 부실로 징계까지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한국 정부의 동시다발적인 고강도 메스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상황을 보면 지난해 9월 실라키스 사장이 부임한 직후 발생한 골프채와 차량화재 사건은 애교(?)에 불과한 듯싶다. 당시 사후관리에 불만을 품은 고객이 골프채로 차량을 훼손한 사건은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원인 불명의 벤츠차량 화재 역시 시선을 멈추게 하는 사회적 뉴스였다.

벤츠는 고급 수입차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벤츠 골프채 사건·벤츠 화재·벤츠 여검사’ 등 유독 크고 작은 사건에서 조명을 받고 있다. ‘삼각별’로 대변되는 벤츠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문제의 본질은 벤츠가 한국 사회의 단면인 ‘車=사회적 지위’라는 등식을 악용한 불합리한 판매 행태에 있다. 벤츠는 검찰 조사를 앞두고 변속기 인증을 받지 않은 차량을 판매한 행태가 단순 실수라는 입장만 되풀이한다. 통상 수입차 업계에서는 인증 절차를 국내에서 차를 판매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4만7000대 가까이 차를 들여와 판매하는 조직에서 인증 누락을 단순 실수로 둔갑하는 것은 지나친 자기 주장이다.

실라키스 사장은 단순히 실수라고 표현한 인증 누락에서 무려 4가지 국내법을 위반했다. 자동차 관리법을 비롯해 대기환경보전법, 소음진동관리법, 에너지이용합리화법 등이다. 위법 행위가 최종 입증될 경우 그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실라키스 사장 입장에서 가장 치욕적인 것은 위법 행위가 확정될 경우 국내에서 강제 추방된다는 점이다. 출입국관리법은 금고 이상의 형벌을 받은 외국인은 강제 퇴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불합리한 판매 행태는 단순히 외국인 경영자가 바뀐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벤츠코리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주주 배당과 높은 수입원가를 지불하면서 배를 불려준 독일 본사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독일 본사는 지난해 한국법인의 887억원의 순이익 중 586억원을 거둬갔다. 벤츠코리아가 국내에 내는 기부금은 ‘짠물’로도 유명하다.

정부는 표면적으로 이번 사건에 엄중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개별소비세 환급 거부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듯싶다. 벤츠가 국내 진출한 지 20여년이 지난 만큼 국내법 실정을 제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앞서 폭스바겐 사태처럼 어정쩡한 대응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발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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