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페이퍼스’ 후폭풍 전세계 강타…아이슬란드 총리 첫 낙마자

입력 2016-04-06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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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로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 사진=AP뉴시스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로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 사진=AP뉴시스

전세계 12명의 정상을 포함한 유명인들의 조세 회피를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의 후폭풍이 거세다. 아이슬란드의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총리가 5일(현지시간) 사임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 공개 이후 사실상 첫 희생자(casualty)가 나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파나마 최대 로펌인 모색 폰세카의 내부자료 1150만 건을 분석해 4일 공개한 ‘파나마 페이퍼스’에 따르면 귄뢰이그손 총리와 그의 부인은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를 통해 2007년 영국령 조세도피처 버진아일랜드에 ‘윈트리스(Wintris)’라는 회사를 설립,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이곳에 숨겨두고 탈세했다. 그러나 2009년 의원에 당선될 때 해당 회사 설립에 대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물론 2013년 총리로 취임할 때 이 회사의 지분 50%를 부인에게 단돈 1달러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윈트리스가 아이슬란드 3대 은행이 발행한 은행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해당 은행들이 파산할 때 귄뢰이그손 총리가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채권협상에 관여해 파문이 더 커졌다.

귄뢰이그손 총리는 전날까지만 해도 현지 TV와의 인터뷰에서 “조세회피처에 숨긴 재산이 없다. 규정이나 법을 어긴 게 없다”면서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회에서는 총리 불신임 투표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정권이 붕괴될 위험에 처하자 결국 하루도 안 돼 총리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의 의회 앞에서는 1만 명가량의 시위자들이 귄뢰이그손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인구 33만명의 아이슬란드에서 1만명이 모인 집회는 상당히 이례적인 규모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파나마 페이퍼스 파문은 현재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미국 프랑스 스페인 캐나다 브라질 등 각국 검찰과 과세당국은 조세회피 여부를 밝히기 위해 전면수사에 착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조세회피가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라며 철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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